민사 · 2026년 8월 2일 · 변호사 김영빈

의무기록 사본 - 변호사는 진료기록을 이렇게 읽습니다

의무기록 사본은 환자 본인과 가족이 발급받을 수 있고, 수정 전 원본까지 포함해 전부 떼는 것이 원칙입니다. 간호기록부는 5년이면 폐기될 수 있어 시점이 중요합니다. 수백 장의 진료기록을 변호사가 시간표로 다시 세우고 공백과 고쳐 쓴 흔적을 읽어내는 방법, 그리고 의료진 자문과 함께 읽는 이유까지 안내합니다.

의무기록, 읽는 일부터 같이, 의료진의 자문과 함께 변호사가 읽습니다

수술은 잘 끝났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일반 병실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중환자실 앞에서 들은 설명은 들을 때마다 조금씩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경과를 지켜보자”였고, 며칠 뒤에는 “원래 위험한 수술이었다”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분이 주변에서 종종 듣는 조언이 있습니다. “기록부터 떼 놓으세요.”

맞는 조언입니다. 다만 절반짜리 조언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떼야 하는지, 그리고 떼고 나서 그 수백 장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 부분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의무기록 사본, 가족도 뗄 수 있습니다

의무기록 사본 발급은 환자 본인의 권리입니다. 의료법 제21조는 환자가 자신의 기록에 대해 열람과 사본 발급을 요청할 수 있고,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직접 못 가는 상황이라면 가족이 대신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 부모, 자녀 같은 가족이 환자 본인의 동의서와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를 갖추면 됩니다.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이미 사망해서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동의서 없이 가족관계 증명만으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병원 원무과에 “의무기록 사본 발급” 신청을 하면 되고,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를 챙겨 가시면 됩니다.

여기까지는 병원도 잘 안내해 줍니다. 문제는 “무엇을” 떼는가 입니다. 어떤 기록을 달라고 써야 할까요.

답은 “전부”입니다. 진료기록부만 떼 오시는 분이 많은데, 기록은 한 종류가 아닙니다. 의사가 쓰는 경과기록, 간호사가 쓰는 간호기록부, 수술기록, 마취기록, 검사 결과, 투약 지시가 담긴 오더 기록, 각종 동의서까지 전부 별도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보존기간이 서로 다릅니다.

  • 진료기록부·수술기록: 10년
  • 간호기록부·검사소견기록·방사선 사진: 5년
  • 처방전: 2년

진료기록부가 10년 남아 있어도 간호기록부는 5년이 지나면 병원이 적법하게 폐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록은 줄어듭니다. 떼는 시점이 빠를수록 온전한 기록을 받습니다.

그리고 신청서에 한 줄을 더 쓰셔야 합니다. “추가기재·수정된 경우 수정 전 원본 포함.” 의료법 제21조는 환자의 기록에 수정 전 원본까지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한 줄이 왜 중요한지는 뒤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수백 장을 받아 들면, 대부분 여기서 멈춥니다

사본을 받아 보면 짐작보다 두껍습니다. 입원 기간이 길었다면 수백 장이 넘어갑니다. 절반은 영어 약어이고, 절반은 숫자입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가족이 멈춥니다. 몇 장 넘기다가 서랍에 넣어 두게 됩니다. 읽을 수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읽기가 괴로워서이기도 합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밤이 혈압과 맥박 숫자로 적혀 있는 종이를, 가족은 분석 자료로 읽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종이 뭉치 안에서 종류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것 하나만 알아 두시면, 기록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의사의 경과기록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하루치가 몇 줄인 날도 많습니다. 반면 간호기록부는 촘촘합니다. 몇 시에 혈압을 쟀고, 몇 시에 어떤 약이 들어갔고, 몇 시에 보호자가 호출 벨을 눌렀는지가 시간 단위로 적힙니다. 병동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시간 순서로 보여주는 기록은 대부분 간호기록부입니다.

변호사는 기록을 시간표로 다시 만듭니다

같은 기록 뭉치를 변호사 책상에 올리면 작업은 세 가지로 진행됩니다.

먼저 시간표를 만듭니다. 경과기록, 간호기록, 검사 시각, 투약 시각처럼 서로 다른 기록에 흩어진 시각을 하나의 시간축 위에 다시 세웁니다. 환자 상태가 나빠진 시각, 그것이 기록에 처음 적힌 시각, 의사에게 보고된 시각, 조치가 시작된 시각. 이 네 개의 시각이 가지런하면 병원은 할 일을 한 것입니다. 벌어져 있으면, 그 틈이 사건의 쟁점이 됩니다.

다음으로, 적혀 있지 않은 것을 찾습니다. 의료법 제22조는 의료인에게 증상과 진단, 치료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래서 기록에서는 써 있는 내용만큼, 써 있어야 하는데 없는 대목이 크게 읽힙니다.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환자의 그 시간대 기록이 비어 있다면, 그 공백이 곧 질문이 됩니다. 이런 경우에 공백을 보고 ‘의료진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읽는 것 자체가 오독일 수 있습니다. 기록을 ‘할 수 없었을 만큼’ 바쁜 상황이라면 당연히 공백이 됩니다. 그런데, 그 공백에 대해서 다른 진술이 있거나, 다른 기억이 있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마지막으로, 고쳐 쓴 흔적을 확인합니다. 앞서 신청서에 “수정 전 원본 포함”이라고 쓰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요즘 병원 기록은 대부분 전자의무기록인데, 의료법 제23조는 기록을 추가하거나 수정하면 그 접속기록을 별도로 보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언제 누가 어느 대목을 고쳤는지가 남는 구조입니다.

수정 자체는 잘못이 아닙니다. 사람이 쓰는 기록이니 오기를 바로잡는 일은 진료의 일부입니다. 법이 금지하는 것은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고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변호사도 수정 이력을 “조작의 증거”로 다루는 게 아니라, 수정된 시점을 봅니다. 사고가 문제 된 이후에 사고 시간대의 기록이 고쳐졌다면, 그때는 수정 전 원본과 나란히 놓고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따지게 됩니다.

그래서, 기록만 확보하면 됩니까

아닙니다. 기록 확보는 출발점입니다.

의료소송이 어려운 이유는 구조에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증명할 자료를 병원이 만들고, 병원이 보관합니다. 환자 쪽은 그 기록을 건네받아 읽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기록을 읽으려면 의학의 언어와 법의 언어가 동시에 필요합니다. 활력징후 숫자의 의미를 알아야 하고, 그 숫자가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법원도 이 기울어진 구조를 압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환자 쪽이 의료의 모든 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는 전제에서, 일반인의 상식에서 과실로 볼 만한 사정이 증명되면 입증 부담을 덜어주는 법리를 오래전부터 유지해 왔습니다. 다만 그 “상식으로 볼 만한 사정”을 찾아내는 재료가 결국 기록입니다. 기록 없이는 덜어줄 부담도 시작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순서는 이렇습니다. 기록을 빨리, 전부, 수정 이력까지 포함해서 확보하시는 것. 여기까지는 오늘 이 글로 혼자 하실 수 있습니다. 그다음, 그 수백 장을 시간표로 다시 세우고 공백과 흔적을 읽어내는 일은 혼자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종이 뭉치를 서랍에 넣어 두신 분이라면, 꺼내서 가져오시면 됩니다. 읽는 일부터 같이 하면 됩니다.

그리고 같이 읽는 쪽도 변호사 혼자가 아닙니다. 기록에는 법의 눈만으로는 판단이 서지 않는 대목이 반드시 나옵니다. 이 검사 수치가 그 시점에 위험 신호였는지, 그 상황에서 그 처치가 통상적인 선택이었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 대목을 혼자 단정하지 않도록, 진료 과목에 맞게 자문을 구할 의료진들이 곁에 있습니다. 수백 장의 기록 앞에서 혼자 고민하실 일이 아닌 이유입니다. 이 일은 원래 여럿이 함께 하는 일입니다.

전화 상담 카톡 상담 구글 상담

카카오톡 상담 연결

휴대폰 카메라로 아래 QR 코드를 비추시면
카카오톡 상담 채팅이 바로 열립니다.

아인법률사무소 카카오톡 상담 채팅 QR 코드

카카오톡 검색창에서 아인법률사무소를 검색하셔도 됩니다.

남기신 이야기는 비밀이 보장됩니다.

PC 웹에서 계속하기 (카카오 로그인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