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6월 15일 · 변호사 김영빈

저는 봐주시고, 저쪽은 보내주세요

서로 병을 들고 싸운 쌍방폭행 사건. 먼저 시비를 건 의뢰인은 집행유예로, 상대는 법정구속으로 갈렸습니다. 특수폭행과 특수상해, 결과와 태도가 형을 가른 실제 기록입니다.

상담을 마친 의뢰인이 제게 남긴 부탁은 짧고 분명했습니다. “저는 봐주시고, 저쪽은 보내주세요.” 서로 병을 들고 싸운 쌍방폭행에서, 한쪽만 빼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쉬운 길이 아니라고 몇 차례 설명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이 부탁은 그 자체로는 염치없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이 글의 의뢰인은 억울하게 맞기만 한 피해자가 아닙니다. 먼저 시비가 붙어 맥주병을 집어 든 쪽이 의뢰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결과는 그 부탁대로 났습니다. 의뢰인은 집행유예로 걸어 나갔고, 상대는 그 자리에서 법정구속됐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흔히 “쌍방이면 둘 다 비슷하게 처벌받는다”고들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쌍방이라고 해서 두 사람이 같은 형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이 싸웠어도 한 사람은 집행유예로 걸어 나가고 다른 한 사람은 법정구속되는 일이, 이 사건에서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무엇이 둘을 갈랐는지, 익명화해서 적습니다.

사건 — 노래방에서 시작된 한밤의 싸움

늦은 밤 노래방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낮부터 술을 이어 마셔 만취한 상태였고, 흥에 겨워 옆자리 손님에게까지 노래를 권하다가 말다툼이 붙었습니다. 화가 난 의뢰인은 테이블 위에 있던 맥주병을 상대에게 휘두르고, 의자를 집어 들고, 멱살을 잡았습니다.

여기까지가 의뢰인의 잘못입니다. 변명할 생각이 없습니다. 위험한 물건을 들고 사람에게 휘두른 이상 이것은 특수폭행입니다.

그런데 상대는 그 자리에 있던 깨진 맥주병 조각으로 의뢰인의 눈 주위와 머리를 여러 차례 찍어 내렸습니다. 의뢰인은 얼굴과 머리에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상대의 죄명은 특수상해가 됐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같은 시각, 같은 노래방, 한 번의 싸움. 그런데 죄명부터 이미 달랐습니다.

1. 쌍방이라고 같은 죄가 아닙니다 — ‘결과’가 죄명을 가른다

특수폭행과 특수상해. 이름은 한 글자 차이지만, 그 사이에는 큰 강이 흐릅니다.

특수폭행은 위험한 물건을 들고 사람을 때리거나 위협한 죄입니다. 특수상해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이 실제로 다쳤다는 결과까지 발생한 죄입니다. 그래서 법정형의 무게가 다릅니다. 같은 맥주병을 들었어도, 상대를 다치게 했는지가 죄명과 형의 출발선을 가릅니다.

이 사건에서 의뢰인은 병을 휘둘렀지만 상대는 거의 다치지 않았습니다. 경찰 기록상 상대의 부상은 팔꿈치 찰과상 정도였고, 상대 본인도 수사에서 “크게 다친 게 아니라 병원 치료는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반대로 의뢰인은 깨진 병에 얼굴을 찍혀 크게 다쳤습니다.

같이 병을 들고 싸웠지만, 한쪽은 결과가 없는 ‘폭행’, 다른 쪽은 중한 결과가 있는 ‘상해’. 출발선부터 달랐던 것입니다.

2. 결과의 무게 — 그리고 그게 정말 ‘우발’이었나

의뢰인이 입은 상해는 가볍지 않았습니다. 얼굴과 머리에 걸친 깊은 열상, 그리고 안면에 영구적으로 남는 흉터. 치료비만 천만 원에 육박했고, 이 일의 여파로 다니던 직장까지 잃었습니다.

상대는 법정에서 “나도 피해자다, 우발적으로 병을 휘둘렀을 뿐이고, 상해도 2주짜리로 가볍다”는 취지로 다퉜습니다. 이 주장을 깬 것은 변호인의 말솜씨가 아니라 그 자리에 남아 있던 기록이었습니다.

  • 노래방 CCTV에는, 상대가 의뢰인이 다가오기도 전부터 깨진 병을 손에 쥐고 기다리다가, 그 병을 거꾸로 잡고 의뢰인의 머리와 눈 주위를 찍어 내리는 장면이 그대로 찍혀 있었습니다. 손에 쥐고 기다린 흉기는 ‘우발’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 치료를 맡은 전문의의 소견서에는 안면 흉터의 크기와, 성형 수술을 거쳐도 흔적이 남을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2주면 낫는 가벼운 상처”라는 주장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객관 자료였습니다.

결과의 무게, 그리고 그 결과가 우발이 아니었다는 사실. 이 두 가지가 양형의 두 번째 갈림길이었습니다.

3. 합의·피해회복·처벌의사 — 태도가 형을 만든다

형사사건에서 형을 정할 때 법원이 크게 보는 것이 피해 회복과 처벌 의사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는 그 축이 통째로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습니다.

상대는 의뢰인에게 그만한 상처를 입혀 놓고도 피해 회복을 위해 한 일이 없었습니다. 사과 한마디 없었고, 오히려 “쌍방이니 합의금을 달라”며 거꾸로 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가해 결과가 더 큰 쪽이 피해를 본 쪽에게 합의금을 청구하는 모양이 된 것입니다.

반대로 의뢰인은 자신이 먼저 시비를 건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였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상대를 찾아 수십 차례 전화하고, 내용증명을 보내고, 끝내 합의가 안 되자 법원에 형사공탁까지 했습니다. 사건과 무관하게 평소 매달 일정액을 기부해 온 자료도 함께 냈습니다.

같은 ‘합의 결렬’이라도 그것이 누구의 무성의 때문인지가 드러나면, 같은 사실이 정반대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상대방조차 법정에서 의뢰인에 대한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의뢰인은 상대의 처벌을 원했습니다. 이 비대칭이 두 판결의 거리를 더 벌렸습니다.

4. 내 약점을 먼저 인정하는 것의 역설

이 사건에서 변호인이 택한 길의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의뢰인은 자신의 폭행을 하나도 다투지 않았습니다. 만취해 시비를 건 것, 병을 휘두른 것, 모두 인정하고 반성했습니다. 변호인이 법정에서 다툰 것은 “내 의뢰인은 무죄다”가 아니라, “상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와 “내 의뢰인이 입은 피해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두 가지였습니다.

자기 잘못을 깨끗이 인정한 사람이 상대의 거짓을 지적할 때, 그 지적은 무게를 갖습니다. 만약 의뢰인이 자기 폭행까지 “기억 안 난다, 나는 잘못 없다”고 부인했다면, 상대의 거짓을 짚는 말도 똑같이 자기변명으로 묻혀 버렸을 것입니다.

내 약점을 먼저 내려놓는 것은 지는 길처럼 보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앞에서는 오히려 가장 강한 자리를 확보하는 길이 됩니다. 다툴 곳과 숙일 곳을 가르는 판단 — 이것이 쌍방 사건의 승부처입니다.

결과

법원은 의뢰인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알코올 치료 수강을 선고했고, 상대에게는 실형을 선고하며 그 자리에서 법정구속했습니다.

판결문이 유리한 정상으로 짚은 것은, 변호인이 법정에 깔아 둔 것 거의 전부였습니다. 의뢰인이 입은 상해가 중하고 안면에 영구적인 상처가 남은 점, 상대의 피해 회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 의뢰인이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한 점, 그리고 상대로부터 용서를 받은 점.

다만 정직하게 한 줄을 보태야겠습니다. 집행유예는 무죄가 아닙니다. 의뢰인도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다만 같은 싸움에서 실형과 집행유예로 길이 갈렸고, 한 사람은 구속을 면했고 한 사람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같은 상황에 계시다면

이 글을 “먼저 때려도 더 크게 다치기만 하면 빠져나온다”는 이야기로 읽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같은 쌍방 사건이라도 결과는 죄명, 상해의 무게, 그리고 사건 뒤의 태도가 가릅니다. 그 사이를 정확히 읽고 자기 자리를 채운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의 길이 달라질 뿐입니다.

같은 처지에 계시다면, 몇 가지만 추려 말씀드립니다.

  • 다친 기록을 지키십시오. 상처 사진, 진단서, 치료비 영수증,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리의 CCTV. 쌍방 사건의 결과는 결국 “누가 무엇을 했는가”를 보여 주는 객관 기록에서 갈립니다.
  • 내 잘못은 정직하게 인정하되, 상대의 거짓은 감정이 아니라 증거로 다투십시오. 둘을 섞으면 둘 다 잃습니다.
  • 맞고소나 합의 요구가 오갈 때 직접 부딪치지 마십시오. 그 국면의 말 한마디가 뒤에 기록으로 남습니다. 변호인을 통해 대응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 무엇을 다투고 무엇을 인정할지부터 정하십시오. 이 판단은 사건 초기에 서 있어야 하고, 혼자 하기는 어렵습니다.

창원·경남에서 쌍방폭행이나 폭행·상해 사건으로 조사나 재판을 앞두고 계시다면, 늦기 전에 사실관계를 한 번 정리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사건의 다음 결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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