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6월 15일 · 변호사 김영빈

쌍방폭행 — 저는 봐주시고, 저쪽은 보내주세요

같이 싸운 두 사람이 특수폭행과 특수상해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내 잘못은 인정하고 상대의 설명은 기록으로 다툰 끝에, 의뢰인은 집행유예로 나가고 상대는 법정구속됐습니다.

같이 싸웠는데, 한 사람은 집행유예로 나가고 한 사람은 법정구속됐습니다.

쌍방폭행 — 저는 봐주시고, 저쪽은 보내주세요

실제 수행 사건의 법적 쟁점을 바탕으로, 인물·대화·구체적인 사건 경위는 새로 구성했습니다.

상담을 마친 의뢰인이 제게 남긴 부탁은 짧고 분명했습니다.

“저는 봐주시고, 저쪽은 보내주세요.”

같이 싸워 재판까지 받게 된 두 사람 중에서, 한쪽만 빼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쉬운 길이 아니라고 몇 차례 설명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이 부탁은 그 자체로는 염치없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이 글의 의뢰인은 억울하게 맞기만 한 피해자가 아닙니다. 먼저 시비를 걸고 위험한 물건을 집어 든 쪽이 의뢰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결과는 그 부탁대로 났습니다. 의뢰인은 집행유예로 걸어 나갔고, 상대는 그 자리에서 법정구속됐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두 사람이 한 싸움에 끼어 있었다고 해서, 한 일과 다친 정도와 사건 뒤의 행동까지 같았던 것은 아닙니다. 변호인이 들여다본 것도 그 차이였습니다.

남성 변호사의 상담·기록 검토와 서로 다른 판결을 재구성한 팝아트

1. 먼저 잘못한 사람은 의뢰인이었습니다

공동주차장의 통로를 막아 둔 짐 때문에 말다툼이 붙었습니다. 화가 난 의뢰인이 옆에 있던 철제 의자를 들어 상대에게 휘둘렀습니다. 주변 사람이 붙잡아 의자가 몸에 닿지는 않았습니다.

여기까지가 의뢰인의 잘못입니다. 변명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 행동은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폭행으로 인정돼, 의뢰인은 특수폭행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싸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두 사람을 떼어 놓은 뒤, 상대가 차량에서 공구를 꺼내 의뢰인을 따라왔습니다. 상대가 내려친 팔은 뼈가 부러져 수술까지 받게 됐습니다. 상대는 특수상해로 기소됐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한 번의 싸움. 그런데 두 사람이 법정에서 답해야 할 일은 처음부터 달랐습니다.

2. ‘쌍방’이라는 두 글자로 묶을 수 없는 것

특수폭행과 특수상해. 이름이 비슷하다고 같은 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례에서 의뢰인은 위험한 물건을 휘둘렀지만 상대에게 상해를 입히지는 않았습니다. 상대는 공구로 의뢰인의 팔을 내리쳤고, 다치게 하려는 고의와 실제 상해가 인정됐습니다. 무슨 물건을 어떻게 썼는지, 어떤 의도로 어느 부위를 공격했는지, 그 결과 어떤 상해가 생겼는지를 따로 봐야 했습니다.

상처가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특수상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폭행으로 뜻하지 않게 상해를 입힌 경우의 폭행치상과도 구별해야 합니다. 그래서 죄명은 ‘쌍방’이라는 말 하나로 정할 수 없습니다.

“저 사람도 저를 때렸습니다.”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말이 내가 한 일까지 지워 주지는 않습니다. 상대가 한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3. 말은 ‘우발적’, 영상에는 그다음 장면이 있었습니다

상대는 순간적으로 맞대응했을 뿐이고, 의뢰인이 다친 정도도 심하지 않다는 취지로 다퉜습니다. 이 주장을 검토할 때 먼저 꺼낸 것은 CCTV와 진료기록이었습니다.

영상에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떼어 놓은 다음 장면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상대가 차량으로 가서 공구를 가져오고, 의뢰인을 따라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장 날아오는 공격을 막다가 손이 나갔다는 설명으로는 그 사이의 행동이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진료기록에는 골절과 수술, 치료가 필요한 사정이 적혀 있었습니다. “별로 다친 것도 없다”는 말과 나란히 놓고 볼 자료였습니다.

말다툼 끝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과, 상대가 설명한 대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은 다릅니다. 영상에 있는 행동과 기록에 있는 상처부터 맞췄습니다.

4. 같은 합의 결렬, 다른 사정

상대는 의뢰인에게 그만한 상처를 입혀 놓고도 피해 회복을 위해 한 일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당신도 잘못했으니 내게 합의금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의뢰인도 잘못한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상대가 입힌 상해까지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두 사람의 잘못을 한데 뭉개 놓으면 이 대목이 사라집니다.

반대로 의뢰인은 자신이 먼저 시비를 건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변호인을 통해 합의를 시도했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형사공탁을 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 뒤에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를 자료로 냈습니다.

상대는 법정에서 의뢰인에 대한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의뢰인은 상대의 처벌을 원했습니다. 피해 회복의 노력과 처벌 의사가 서로 다른 모양으로 남았습니다.

물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나 공탁만으로 이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특수폭행·특수상해는 단순폭행처럼 처벌불원만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되는 죄가 아닙니다. 이 사정들은 범행의 경위와 결과, 전력 등 다른 사정들과 함께 형을 정할 때 살피게 됩니다.

5. 내 잘못을 인정하면서, 상대의 말은 다퉜습니다

의뢰인은 자신의 폭행을 하나도 다투지 않았습니다. 먼저 시비를 건 것, 의자를 휘두른 것, 모두 인정했습니다.

변호인이 법정에서 다툰 것은 “내 의뢰인은 무죄다”가 아니라, “상대의 설명은 기록과 다르다”와 “내 의뢰인이 입은 피해가 가볍지 않다”는 두 가지였습니다.

자기 잘못을 깨끗이 인정한 사람이 상대의 거짓을 지적할 때, 그 지적은 무게를 갖습니다. 만약 의뢰인이 자기 폭행까지 “기억 안 난다, 나는 잘못 없다”고 부인했다면, 상대의 거짓을 짚는 말도 똑같이 자기변명으로 묻혀 버렸을 것입니다.

내 약점을 먼저 내려놓는 것은 지는 길처럼 보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앞에서는 오히려 가장 강한 자리를 확보하는 길이 됩니다. 의뢰인의 피해를 입증하는 자료와 의뢰인이 자신의 잘못을 수습한 자료를 함께 낸 이유입니다.

다툴 곳과 숙일 곳을 가르는 판단. 이것이 쌍방 사건에서 변호인이 먼저 한 일이었습니다.

내 잘못은 인정하고 상대의 말은 기록으로 다투는 두 작업

6. 같이 유죄였지만, 같이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법원은 의뢰인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상대에게는 실형을 선고하며 그 자리에서 법정구속했습니다.

의뢰인이 입은 상해의 무게, 상대의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의뢰인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상대가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 법원이 살핀 사정들이었습니다.

집행유예는 무죄가 아닙니다. 의뢰인도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먼저 잘못했는데 운 좋게 빠져나온 이야기로 줄여서는, 이 사건에서 변호인이 한 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같은 처지라면 다친 기록과 CCTV만큼, 내가 한 행동과 그 뒤에 한 일도 함께 봐야 합니다. 나를 피해자로만 그린 사건 설명에는 상대의 고소장이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내가 피고인이기도 하다는 사실까지 놓고 대응해야 합니다.

“저는 봐주시고, 저쪽은 보내주세요.”

그 부탁을 그대로 법원에 옮긴 것은 아닙니다. 왜 두 사람을 다르게 판단해야 하는지, 기록으로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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