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5월 25일 · 변호사 김영빈

사기죄 구속영장 기각 — '사실'이라는 것에 변호인이 접근하는 방법

동종 전과에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던 분에게 청구된 사기죄 구속영장이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된 사건을 가상 사례로 풀었습니다. 영장청구서의 범죄사실을 수사기관의 가설로 읽고, 정말 사기인가·정말 피의자가 고소인에게 말했는가·정말 피해금인가라는 3가지 질문으로 나눠 기록과 맞춰 본 과정을 적었습니다. 도망·증거인멸 염려를 다툰 사정과, 영장이 청구된 뒤 심문까지 며칠 동안 변호인이 하는 일도 정리했습니다.

동종 전과에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지만, 영장청구서의 범죄사실을 가설로 읽고 기록과 맞춰 본 뒤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을 받았습니다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던 분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2년 9개월 전 지인과의 돈 문제로 사기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그 유예 기간이 아직 3개월 남아 있었습니다. 영장청구서는 이 2가지를 들어 재범의 위험과 도망의 염려를 적었습니다.

같은 죄로 처벌받은 사람이 그 집행유예 기간 안에 다시 수사를 받으면, 법원은 이런 염려를 어렵지 않게 인정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영장은 기각됐습니다. 저는 영장청구서에 적힌 범죄사실을 수사기관의 가설로 읽고, 그 가설을 3가지 질문으로 나눠 기록과 맞춰 본 뒤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들어갔습니다.

위 사건은 실제 변론의 법리와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거래·시점을 바꾸어 구성한 가상 사례입니다.

사기죄 구속영장 · 영장 기각 — 동종 전과·집행유예 기간 중이던 사건에서, 영장청구서에 적힌 범죄사실을 가설로 보고 3가지 질문으로 나누어 심문에 들어가 가설을 무너뜨리는 것은 말이 아니라 기록이라는 정보 카드

1. 영장청구서에 적힌 것은 사실이 아니라 가설입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려면 2가지가 모두 있어야 합니다.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 그리고 구속 사유입니다(형사소송법 제201조 제1항). 구속 사유는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의 3가지이고, 법원은 이를 심사하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합니다(같은 법 제70조 제1항·제2항, 제209조).

이 가운데 범죄 혐의, 곧 범죄사실은 검사가 영장청구서에 적습니다. 수사를 거쳐 정리된 서류이고 법원은 거기서 판단을 시작하기 때문에, 형식만으로 이미 사실처럼 읽힙니다.

그런데 소위 '팩트' 혹은 '사실'이라고 쉽게들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메모장' 같은 형편 좋은 전지적 작가 시점의 사실 같은 것은 사후적으로 재구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건이건 사실관계건 엮어내는 입장이 다르면, '다른 사실'을 재구성할 여지는 언제나 있습니다.

영장청구서도 수사기관이라는 한 입장에서 엮어낸 가설입니다. 이 사람이 이 행위를 했다고 의심된다는 가설을 몇 줄로 압축한 것이고, 그것을 사실로 읽는 순간 변호인은 영장청구서가 정한 범위 안에서만 말하게 됩니다.

변호인은 심문 전에 판사에게 제출된 구속영장청구서와 그에 첨부된 고소장, 피의자 진술 서류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21 제1항). 이 사건의 영장청구서에서 저는 3가지 질문을 꺼냈습니다.

스탠드 불빛 아래 책상 가운데 놓인 얇은 영장청구서 한 부와 그 뒤로 끈으로 묶어 쌓은 장부 더미·탁상 달력·연속 용지에 뽑은 통화 내역, 장부를 펼쳐 든 변호사의 뒷모습 — 「영장청구서는 사실이 아니라 가설입니다 / 그 가설을 무너뜨리는 것은 기록입니다」라는 글귀가 얹힌 삽화

2. 정말 사기인가 — 8년 동안 이행한 거래였습니다

영장청구서의 범죄사실은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피의자는 3월경 고소인에게 '가을에 양파 300톤을 공급하겠다, 공급하지 못하면 선급금에 월 2%를 더해 돌려주겠다'고 거짓말하여 선급금 2억 원을 교부받아 편취하였다.」

사기죄는 돈을 갚지 못했다고 성립하는 죄가 아닙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는 돈을 받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종이를 공급하기로 하고 선수금을 받은 사람이 그 돈을 받을 때 공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뒤 경제 사정이 바뀌어 공급하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민사상 채무불이행일 뿐 사기죄가 아니라고 보았고, 편취의 고의는 자백이 없는 한 범행 전후의 재력·환경·범행의 내용·거래의 이행 과정 같은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도2630 판결).

이분은 8년째 같은 방식으로 장사를 해 온 사람이었습니다. 봄에 거래처로부터 선급금을 받아 산지 물량을 확보하고 가을에 출하해 정산하는 거래를 매년 반복했고, 작황이 나빠 물량을 못 낸 해에는 선급금을 돌려줬습니다. 그 8년이 통장과 출하 전표에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지인과의 돈 문제로 받은 전과는 이 거래와 관계가 없었습니다.

기준은 돈을 받던 그해 봄입니다. 그때 이분에게는 물량을 댈 산지 계약과 8년 동안 지켜 온 정산 기록이 있었고, 공급하지 못할 줄 알면서 돈을 받았다고 볼 사정은 없었습니다. 물량을 대지 못하게 된 것은 그해 여름 집중호우로 저온창고가 침수되어 재고를 전량 폐기한 뒤였습니다.

같은 계약서로 거래하던 다른 거래처가 먼저 고소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 사건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그 거래처의 항고도 기각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8년의 정산 기록, 침수 피해 기록, 그 불기소 결정서를 소명자료로 냈습니다.

3. 정말 피의자가 고소인에게 말했는가 — 처음 통화한 것은 4개월 뒤였습니다

범죄사실의 맨 앞 문장은 피의자가 고소인에게 직접 말해서 돈을 받았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3월에 고소인에게 물량과 수익을 설명하고 고소인을 거래로 데려온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거래처를 모아 오고 물량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던 중개인이었습니다. 영장청구서에는 이 중개인이 없었습니다.

통화 내역과 문자, 입금 기록을 시간 순서로 놓았습니다. 선급금은 4월에 중개인을 거쳐 들어왔고, 피의자와 고소인이 처음 통화한 날은 7월, 처음 만난 날은 8월이었습니다. 영장청구서가 범행 시점으로 적은 3월에, 피의자와 고소인 사이에는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 오간 기록이 없었습니다.

3월에 피의자가 고소인에게 거짓말을 해서 돈을 받았다는 범죄사실의 맨 앞 문장은 이 통화 내역과 맞지 않았습니다. 중개인이 고소인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영장청구서가 적은 대로 피의자가 그 말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영장청구서에 빠져 있던 중개인과 날짜를 통화 내역·입금 기록과 함께 의견서에 적어 냈습니다.

4. 정말 피해금인가 — 같은 계약서의 원금 보장 약속을 민사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범죄사실은 그 2억 원을 편취한 돈, 곧 피해금으로 적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계약서로 받은 돈을 민사 법원이 이미 판단한 적이 있었습니다. 같은 계약서로 거래하던 또 다른 거래처가 선급금과 약정 이자를 달라고 낸 소송에서, 1심 법원은 원금을 보장하고 이자를 더해 주기로 한 약정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고, 그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어 있었습니다. 그 돈은 물품 대금으로 미리 준 선급금이었지, 원금이 보장된 대여금이 아니었습니다.

범죄사실이 거짓말이라고 적은 '월 2%를 더해 돌려주겠다'는 약속은, 같은 계약서를 두고 민사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약속이었습니다.

관련된 민사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형사재판에서도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 형사 법원이 거기에 묶이는 것은 아니지만(대법원 1983. 6. 28. 선고 81도3011 판결), 민사 법정에서 증거를 내고도 인정받지 못한 약속을 형사 법정이 그보다 높은 증명 기준(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으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영장 판사가 묻는 것은 유죄의 증명이 아니라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이지만, 그 이유도 결국 이 약속 위에 서 있었습니다. 저는 그 민사 판결문을 소명자료로 냈습니다.

영장청구서에 적힌 것 → 기록이 말한 것 — 「사기」에는 8년의 정산 기록·집중호우 침수·같은 계약 고소 불기소, 「3월에 직접 말했다」에는 처음 통화 7월·처음 만남 8월, 「피해금 2억 원」에는 민사 1심 원금보장 약정 인정 안 됨을 화살표로 맞세운 도해

5. 도망할 사람인가, 증거를 없앨 수 있는 사람인가 — 15년 산 집과 어머니, 이미 낸 장부

이분은 같은 집에서 15년을 살았고, 거동이 어려운 어머니를 혼자 돌보고 있었습니다. 집행유예는 3개월 뒤면 기간이 끝나는 상황이었습니다. 유예 기간이 실효나 취소 없이 지나면 그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고(형법 제65조), 그 뒤에 선고되는 이번 사건에도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7. 2. 8. 선고 2006도6196 판결). 3개월만 지나면 생기는 그 가능성과 15년 산 집, 어머니를 모두 버리고 도망할 사람이라는 판단은 상식과 맞지 않았습니다. 영장청구서가 든 재범의 위험도 이번 일이 또 한 번의 사기라는 전제 위에 있었고, 그 전제 자체가 다툼의 대상이었습니다.

판사는 도망의 염려를 판단하기 위해 가족관계 같은 개인 사정을 물을 수 있고, 가족도 판사의 허가를 받아 심문에서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16 제2항·제6항). 이 사건에서는 이분의 동생이 심문에 나와 그 사정을 말했습니다.

피의자가 없앨 수 있는 증거는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장부와 계약서, 계좌 내역은 조사 첫날 이분이 스스로 냈고, 나머지 금융 거래 기록은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으로 확보하는 것이라(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 피의자가 손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중개인과 말을 맞출 염려도 크지 않았습니다. 3월에 피의자와 고소인 사이에 연락이 없었다는 것과 4월의 돈이 중개인을 거쳐 들어왔다는 것은 사람의 기억이 아니라 통화 내역과 입금 기록으로 이미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고소가 들어온 뒤로 이분은 고소인에게도 중개인에게도 따로 연락한 적이 없었고, 합의 의사는 변호인을 통해서만 전했습니다.

6. 영장은 기각됐습니다 — 그다음에 남는 것

이분은 구속되지 않은 채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검사는 구속영장 기각에 항고나 준항고로 다툴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6. 12. 18.자 2006모646 결정). 다만 같은 범죄사실로 영장을 다시 청구할 수는 있어서(형사소송법 제201조 제5항), 기각 뒤에도 고소인에게 연락하거나 자료를 건드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영장 기각은 무혐의가 아닙니다. 수사와 재판이 남고, 심문 때 낸 8년의 정산 기록과 통화 내역, 민사 판결문은 그 절차에서 다시 쓰입니다.

7. 변호인은 언제 필요한가요

영장이 신청되거나 청구된 것을 안 그 순간입니다. 체포된 피의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 날까지 심문을 받습니다(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1항). 체포되지 않은 피의자는 판사가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해 법원으로 데려온 뒤 심문하고, 그 날짜와 장소는 검사·피의자·변호인에게 통지됩니다(같은 조 제2항·제3항). 어느 쪽이든 며칠 안입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는 경찰의 영장 신청을 받은 검사가 청구하기 전에 피의자를 면담할 수 있고, 그 면담에는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같은 날 시행되는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7항·제8항).

그 며칠 동안 변호인은 영장청구서와 첨부 서류를 열람해 범죄사실을 질문으로 나누고, 그 범죄사실과 맞지 않는 기록을 모아 의견서로 냅니다. 심문 날에는 시작 전에 피의자를 접견하고(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20 제1항), 심문에서 의견을 진술합니다(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4항). 변호인이 없으면 판사가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합니다(같은 조 제8항). 다만 그 선정은 영장이 청구된 뒤에 이루어지므로, 기록을 모을 시간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영장 청구부터 심문까지 — 변호인이 하는 일: 영장 청구 → 영장청구서·첨부 서류 열람(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21 제1항) → 기록 수집·의견서 제출 → 심문 전 접견(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20 제1항) → 심문·의견 진술(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4항)의 5단계, 체포된 피의자는 청구 다음 날까지 심문(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1항), 심문 뒤 결과는 기각(검사 항고 불가·재청구는 가능) 또는 발부로 정리한 도해

영장청구서는 수사기관의 가설이고, 그 가설을 무너뜨리는 것은 변호인의 말이 아니라 기록입니다. 그 기록을 찾을 시간은 심문 전 며칠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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