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5월 25일 · 변호사 김영빈

사기죄 영장기각 사례 : '사실'이라는 것에 대해서 변호인이 접근하는 방법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기 사건 — 사실이라는 것에 변호인이 접근하는 방법.

동종전과/집유기간 중 사기범죄에 청구된 영장의 기각 사례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에게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건. 영장청구서가 박은 도주·재범 우려의 본체는 단순했습니다. 피의자에게 동종 전과가 있고, 그 전과로 인한 집행유예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법원에서 영장청구가 받아들여지는 자리는 그런 좌표 위에 굳어 있습니다. 같은 결의 범죄로 한 번 처벌받은 사람이 그 처벌의 유예 기간 안에서 다시 같은 결의 혐의로 수사받는다면, 도주 우려와 재범 우려의 두 칸이 거의 자동적으로 채워지는 것이 일반 결입니다. 그 위에 검찰이 두꺼운 영장청구서를 박으면, 그림은 더 무거워집니다.


영장청구서 한 장이 자명한 사실처럼 읽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수사기관이 수사를 통해 정리한 문서이고, 법원이 그 위에서 판단을 시작합니다. 글의 형식 자체가 이미 사실 같은 무게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그림은 사실이 아니라 가설입니다. 영장청구서는 이 사람이 이 행위를 했다고 의심된다는 가설을 한 줄로 압축한 문서이지, 그 자체로 사실이 되는 문서가 아닙니다. 그것을 사실로 읽기 시작하는 순간, 변호인은 이미 그 그림에 갇혀 있습니다.

그런데 — 소위 ‘팩트’ 혹은 ‘사실’이라고 쉽게들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메모장’ 같은 형편 좋은 전지적 작가 시점의 사실 같은 것은 사후적으로 재구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건이건 사실관계건 엮어내는 입장이 다르면, ‘다른 사실’을 재구성할 여지는 언제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변호인이 한 일은, 그 수사기관이 제시한 팩트 — ‘한 장의 그림’ — 을 세 층으로 분해한 것이었습니다.


죄명 자체를 의심합니다.

그림에 사기라고 박혀 있었습니다. 그것이 정말 사기일까요.

사기죄에는 편취의 고의라는 한 칸이 박혀 있습니다. 처음부터 갚지 않을 의도로, 처음부터 속일 의도로 거래를 시작한 경우에만 사기가 됩니다.

본 사건의 피의자에게는 그 거래 구조로 약 10년을 굴려온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10년 안에서 약속된 결제가 이행된 흔적이 두텁게 누적되어 있었고, 거래가 무너진 직접 원인은 피의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구조적 충격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편취할 의도를 가진 사람이 10년 동안 결제를 이행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같은 거래 구조를 두고 다른 사람이 제기한 동종 고소 사건이 이미 수사기관에서 혐의없음으로 정리되고, 항고심에서도 항고기각으로 최종 확정된 전례도 같은 자리에 박혀 있었습니다. 대법원도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사실만으로 편취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을 오래 박아두었습니다.

채무불이행과 사기는 같은 결의 두 곳이 아니라, 다른 결의 두 곳입니다.


그 사람이 정말 그 사람인가를 묻습니다.

같은 그림 안에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말하여 자금을 받았다는 한 줄이 박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줄을 풀어보면, 사이에 다른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처음 권유하고 모집하고, 그 사이에서 자기 수익을 따로 챙긴 중개자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림은 그 가운데를 지우고 시작과 끝만 그려놨습니다.

그 다음에 시간선을 풀어봤을 때, 결정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피의자와 피해자 사이의 첫 직접 소통은 — 영장청구서가 범행 기간으로 박은 시점으로부터 몇 달 뒤였습니다.

그 시점에 만난 적이 없습니다.

한 줄로 박힌 이 사실이, 영장청구서의 첫 번째 기재를 그림째 박살낸 자리입니다. 변호인의 변론이 아니라, 어떻게 엮어도 같은 결이 나오지 않는 한 사실이 그림을 무너뜨립니다.

이 층의 분해는 그림에 손을 대는 일이 아닙니다. 그림이 지운 것을 다시 드러내는 일입니다.


자금의 법적 성격을 재규정합니다.

같은 그림 안에 피해금이라고 박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돈이 민사 법정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린 적이 있었습니다. 같은 거래 구조를 두고 민사 1심이 원금을 보장한 약속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한 결이 이미 있었던 것입니다.

같은 돈이 다른 법으로 가면 다른 이름이 된다는 것은, 그 돈의 법적 성격이 자명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민사 절차는 증거 제출과 심문 기회가 충분히 보장된 자리이고, 거기서 배척된 약속을 형사 법정이 더 엄격한 증명 기준 위에서 다시 인정하려면 별도의 두꺼운 입증이 들어가야 합니다.

자금의 법적 성격은 그래서 변호인이 그림과 가장 본질적으로 다투는 자리이고, 한 사건의 결정적 다툼이 거기서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세 층의 분해 위에, 변호인은 구속의 필요성 부존재도 짚었습니다.

피의자에게는 평일 유일한 보호자로 봐야 할 중증 장애 자녀가 있었습니다. 그 자녀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피의자가 매일 그 자리에 있어야 했습니다. 집행유예의 종료가 임박한 자리에서 그 모든 것을 버리고 도주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핵심 증거는 이미 피의자가 자발적으로 제출하여 수사기관 손에 들어가 있었고, 금융 기록은 수사기관이 관계 기관 조회만으로 즉시 취득 가능한 디지털 영역에 있었습니다. 피의자가 인멸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영장은 기각되었습니다. 피의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본 사건이 박아둔 한 자리는 거기입니다. 변호인의 일은 한 장의 그림에 동의하는 일도, 그 안에서 사정을 호소하는 일도 아닙니다. 그림이 가설임을 보이고, 가설의 어느 칸이 비어 있는지를 드러내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일은 변호인의 트릭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행동은 본래 여러 결이 겹쳐서 일어나고, 한 결정 안에 여러 사실의 곱이 들어 있습니다. 그것을 한 장의 그림으로 받으면 그 곱이 한 줄로 평탄해질 뿐입니다. 변호인이 세 층으로 분해하는 것은, 같은 사실에서 다른 결을 재구성해 그림 옆에 세우는 일입니다.

기습이나 변칙으로 굴러가는 일이 아닙니다. 같은 사실이 다른 결로 재구성되면, 정면으로 들어가도 그림은 그대로 무너집니다.

응시는 거기서 시작됩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 한 사건의 무게가 떨어지기 전에, 한 번 더 멈추는 자리. 변호인이 한 사건에 며칠을 들여 그림을 세 층으로 분해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사건의 다음 결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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