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10월 3일 · 변호사 김영빈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 법정에서는 처음부터 부인했는데, 증거목록에는 '동의'였습니다

1심 첫 공판부터 공소사실을 부인했는데 증거목록에는 검찰 조서에 동의한 것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항소심에서 그 기재와 조서의 증거능력을 다퉈 자백 취지 부분을 배제하고, 합성대마 수입의 고의가 증명되지 않아 무죄가 확정된 사건입니다.

마약 수입 항소심 무죄, 검찰 조서가 빠지자 합성대마인 줄 알았다는 증거가 남지 않았습니다

※ 실제 사건입니다. 다만 의뢰인을 알아볼 수 있는 사실관계는 지우거나 바꿨습니다.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 법정에서는 처음부터 부인했는데, 증거목록에는 '동의'였습니다 — 대표 이미지

경찰이나 검찰에서 혐의를 인정하는 말을 했더라도, 재판에서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조서는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경찰 조서는 원래 그랬고,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2022년 1월 1일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 그렇습니다. 그런데 1심 첫 공판기일부터 고의를 부인한 사람의 검찰 조서가, 증거목록에 「동의」로 적힌 채 유죄의 증거가 됐습니다. 1심은 그 조서를 근거로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그가 한 일은 국제우편물을 대신 받아 옮겨 주는 것이었고, 우편물 안에는 합성대마가 들어 있었습니다. 합성대마 수입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마약류관리법 제58조 제1항 제3호). 재판의 쟁점은 그가 그 안에 합성대마가 들었다는 것을 알았느냐였습니다.

「다 인정하겠습니다. 형만 줄여 주세요」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 법정에서는 처음부터 부인했는데, 증거목록에는 '동의'였습니다 — 본문 삽화 1

가족은 그가 정말 몰랐다고 했습니다. 구치소 접견실에서 만난 그는 다른 말을 했습니다.

「다 인정하겠습니다. 형만 줄여 주세요.」

저는 정말 알고 있었는지부터 물었습니다. 마약이나 불법적인 물건일 수 있다고 막연히 짐작은 했지만, 그 안에 합성대마가 들었는지는 몰랐다고 했습니다. 1심 법정에서 한 말과 같았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도 징역 3년이 나왔으니, 이제 와서 다퉈 봐야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정하겠다는 사람이, 몰랐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답을 바로 정하지 않고, 인정할지 다툴지는 기록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습니다.

검찰 조서는 재판에서 내용을 인정해야 증거가 됩니다

1심이 그의 주장을 배척한 근거는 검찰 조서에 적힌 그의 진술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뭐가 들어있는지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지만 대충 마약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솔직히 안에 마약이 들어있다고 생각은 했었습니다."

검사가 작성한 이 피의자신문조서, 흔히 말하는 피신조서는 2022년 1월 1일 이후 기소된 사건이라면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재판에서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만 증거가 됩니다(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이 조항은 검사의 수사권이 원칙적으로 없어진 2026년 10월 2일 삭제됐지만, 그 전에 검사가 작성한 조서는 개정 형사소송법 부칙 제12조 제3항에 따라 종전 규정대로 증거가 되는지를 따집니다. 2022년 이후 기소되어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분의 검찰 조서도 같은 기준으로 봅니다.

「내용 인정」은 「제가 그렇게 말한 것은 맞습니다」라는 뜻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내용 인정이 「그와 같이 진술한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3도2102 판결). 그래서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면, 검찰에서 실제로 그렇게 말했더라도 조서의 자백 부분은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그는 1심 첫 공판기일부터 고의를 부인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조서의 자백 부분은 1심에서도 증거가 될 수 없었어야 합니다. 1심은 어떻게 그 조서를 증거로 썼을까요.

공판조서는 「부인」, 증거목록은 「동의」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 법정에서는 처음부터 부인했는데, 증거목록에는 '동의'였습니다 — 본문 삽화 2

증거목록은 공판조서의 일부로, 검사가 신청한 증거마다 피고인 쪽 의견과 법원의 결정을 적어 둡니다. 1심 제1회 공판기일에 그와 변호인은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당시 막연하게 마약이나 불법적인 물건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였지만 구체적으로 그 안에 합성대마가 들어 있는지는 몰랐다.

그런데 같은 기일의 증거목록에는, 그가 그 검찰 조서를 증거로 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1심은 그가 검사가 그 조서로 증명하려는 내용(입증취지)은 부인하면서도 증거로 쓰는 데는 동의했다고 보고, 조서를 증거로 채택했습니다.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 법정에서는 처음부터 부인했는데, 증거목록에는 '동의'였습니다 — 본문 삽화 3

고의를 부인하는 사람이, 자기 자백이 담긴 조서를 증거로 써도 좋다고 동의했다?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어떤 경위로 그렇게 적혔는지는 기록만으로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 한 줄이 다툴 근거였습니다.

다툴지는 그가 정해야 했습니다

다시 접견을 갔습니다. 다툴 근거가 있다는 말보다, 그 근거를 쓰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말했습니다. 그가 항소심에서도 끝까지 부인해야 했습니다. 항소심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면 법정에서 한 그 말이 증거가 되고, 조서를 증거에서 빼도 소용이 없어집니다.

다투다 지면 형이 더 무거워지지 않느냐는 걱정은, 구속된 피고인이 다툼을 망설이는 흔한 이유입니다. 피고인만 항소하면 항소심은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368조). 이 사건에서 검사는 항소하지 않았습니다. 인정하면 형이 줄어들 여지는 생기지만, 그 선택은 유죄를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재판에서 그를 대신해 다투는 것은 변호인인 제 일이지만, 다툴지 말지는 제가 정할 수 없습니다. 그가 인정하겠다고 하면 저는 인정하는 사건으로 변론합니다. 그래서 접견을 여러 번 갔습니다. 정말 인정하고 싶은 것인지, 지쳐서 인정하겠다고 말하는 것인지 그의 입으로 듣고 싶었습니다.

몇 번의 접견 끝에 그는 마음을 바꿨습니다. 다시 무죄를 다투겠다고 했습니다.

항소심은 증거목록의 「동의」를 잘못 적힌 것으로 봤습니다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 법정에서는 처음부터 부인했는데, 증거목록에는 '동의'였습니다 — 본문 삽화 4

끝까지 부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1심에서 증거로 할 수 있었던 증거는 항소심에서도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64조 제3항). 그래서 항소심에서 저는 먼저, 그가 1심 첫 공판기일부터 부인했으니 그 조서는 1심에서도 증거가 될 수 없었다고 다퉜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가 참조한 대법원 판결도 검사 조서에 증거목록의 「동의」 기재가 붙어 있던 마약 사건이었습니다.

원심의 제1회 공판조서의 일부인 증거목록에 피고인이 위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증거동의한 것으로 기재된 것은 피고인의 진술 경위로 보아 착오 기재였거나 아니면 피고인이 그와 같이 진술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을 '동의'로 조서를 잘못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3도2102 판결 참조).

항소심은 판결로 그 조서의 자백 취지 부분에 증거배제결정을 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그가 범행을 시인했다고 적은 수사보고도, 검사가 아닌 수사기관의 서류라 함께 증거에서 뺐습니다(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 법정에서는 처음부터 부인했는데, 증거목록에는 '동의'였습니다 — 가림 처리한 항소심 판결문

어떤 마약인지까지 알았어야 한다 — 항소심의 고의 판단

조서가 빠지면 검사는 남은 증거로 고의를 증명해야 합니다. 남은 정황 가운데 무거워 보이는 것은, 보통과 다른 방식으로 우편물을 받았고 그 대가가 컸다는 점, 그리고 그 자신도 마약이나 불법적인 물건일 수 있다고 막연히 짐작했다는 점이었습니다.

항소심은 이 정황들을 따지기 전에, 그가 무엇을 알았어야 하는지부터 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마약류마다 법정형을 견줬습니다.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입해도 합성대마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페노바르비탈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졸피뎀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각각의 마약류를 취급한 죄는 구성요건상 행위객체를 달리하는 별개의 범죄로서 처벌 근거 규정 및 법정형에 큰 차이가 있으므로, 행위자가 취급한 마약류의 종류는 행위의 불법성과 책임의 범위를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에 해당한다.

그래서 시행령에 적힌 물질 이름까지 알 필요는 없어도, 적어도 합성대마류에 속하는 물질이라는 것은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보통과 다른 수령 방식이나 큰 대가는 밀수에 가담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위조 발기부전치료제를 밀수입하다 적발된 사례가 많은 것처럼 그런 정황은 밀수에 공통된 모습일 뿐이어서, 그것으로 합성대마라는 특정한 약물을 알았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합성대마인 줄은 몰라도 어떤 마약류인 줄은 알았다면, 더 가벼운 마약류 범죄로라도 처벌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형법 제15조 제1항은 「특별히 무거운 죄가 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를 무거운 죄로 벌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무겁게 만드는 사정만 몰랐다면 가벼운 죄로는 벌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마약류마다 행위객체가 다른 별개의 범죄일 뿐, 한 죄를 무겁게 하거나 가볍게 한 관계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그가 짐작한 것이 마약인지 다른 향정신성의약품인지 대마인지 대강도 특정되지 않는 이 사건에서는, 다른 마약류관리법위반죄로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항소심 무죄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 법정에서는 처음부터 부인했는데, 증거목록에는 '동의'였습니다 — 본문 삽화 6

재판부는 그가 합성대마라는 것을 알았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고,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양형부당 주장은 판단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무죄 선고로 구속영장은 그 자리에서 효력을 잃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31조). 이 무죄는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조서가 빠진다고 늘 무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마약류인지까지 알았어야 한다는 것도 이 사건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어떤 마약류인지 짐작할 정황이 남아 있었다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면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항소기간은 선고일 다음 날부터 7일입니다. 구치소에 있다면 그 기간 안에 구치소장에게 항소장을 내도 됩니다. 법원에 늦게 도착해도 기간 안에 항소한 것으로 봅니다. 항소이유서는 항소법원에서 기록 접수 통지가 오면, 통지를 받은 다음 날부터 20일 안에 냅니다.

무죄는 1심 기록을 끝까지 읽은 데서 나왔습니다. 그 자신이 포기하겠다고 한 사건에도, 기록과 기록이 어긋나는 한 줄이 남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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