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8월 4일 · 변호사 김영빈

점유이탈물횡령 — 주운 곳이 죄명을 정합니다

주웠다는 사실은 같은데 어디서 주웠느냐에 따라 죄명이 점유이탈물횡령(1년 이하)과 절도(6년 이하)로 갈립니다. PC방·당구장처럼 관리자가 있는 공간과 지하철 승강장·노상의 차이, 절도로 기소됐다가 죄명이 내려온 두 사건, '주인 찾아주려 했다'가 CCTV 동선으로 배척된 이유, 그리고 주운 카드를 한 번만 써도 여신전문금융업법·사기·컴퓨터등사용사기·절도가 겹쳐 붙는 구조를 정리했습니다.

같은 물건을 같은 마음으로 주웠는데, 한 사람은 벌금 30만 원이고 한 사람은 절도로 기소됩니다.

이 죄로 변호사를 찾는 분은 드뭅니다

솔직하게 적겠습니다. 점유이탈물횡령으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벌금이 30만 원인데 변호사 비용이 그보다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혼자 조사를 받고, 벌금을 내고, 끝냅니다.

그런데 이 죄명을 검색하는 분은 한 달에 수천 명입니다. 걱정하는 사람은 많은데 상담으로는 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적어 두려고 합니다.

형량이 문제가 아니라 ‘죄명’

점유이탈물횡령죄는 형법 제360조입니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 형사처벌 중에서는 가벼운 축입니다.

문제는 같은 행위가 다른 죄로 적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형법 제329조 절도죄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징역 상한이 여섯 배입니다. 그리고 절도는 전과가 쌓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으로 올라갑니다.

주운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주운 곳이 죄명을 정합니다.

주운 곳

법이 보는 것은 그 물건이 누군가의 점유 안에 있었는지입니다. 아직 누군가가 지배하고 있는 물건을 가져가면 절도이고, 아무의 지배도 벗어난 물건을 가져가면 점유이탈물횡령입니다.

대법원은 당구장에서 잃어버린 신용카드를 종업원이 가져간 사건에서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 당구장과 같이 타인의 관리 아래 있는 장소에서 물건을 잃은 때에는 그 물건은 일응 그 관리자의 점유에 속한다 할 것이고, 이를 그 관리자가 아닌 종업원이나 제3자가 취거하는 것은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아니라 절도죄에 해당한다

그래서 PC방, 당구장, 식당, 목욕탕, 카페처럼 주인이 관리하는 공간 안에서 주우면 절도가 됩니다. 손님이 두고 간 물건은 이미 그 가게 주인의 점유 안에 들어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주운 사람 입장에서는 “떨어져 있길래 주웠다”인데, 법은 “남이 보관하던 물건을 가져갔다”로 봅니다.

반대로 지하철은 다릅니다. 대법원은 역사 관리자가 유실물법에 따라 물건을 인계받을 권한을 가질 뿐이라고 보고, 그 물건을 현실적으로 발견하지 않는 한 이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였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그 사이에 주워 간 행위는 절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검암역 승강장 의자에 놓인 백팩을 가져간 사건에서 검사는 절도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점유이탈물횡령으로 죄명을 내리고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가방 안에는 노트북과 미화 1,000달러가 들어 있었습니다.

길이나 노상은 대체로 점유이탈물횡령입니다. 연희동 도로에서 떨어진 휴대전화를 주워 간 사건, 아파트 지하주차장 앞에서 가방을 주워 간 사건 모두 그렇게 처리됐습니다.

다만 주인이 바로 옆에 있으면 다시 절도가 됩니다. 지하철에서 잠든 사람의 주머니에서 꺼내거나, 졸다가 떨어뜨린 휴대전화를 옆에 두는 척하다 가져가는 것은 그 사람의 점유가 계속되는 중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편의점 앞 테이블 — 절도에서 내려온 사건

경계가 늘 선명하지는 않습니다. 죄명이 재판 도중에 바뀐 사건이 있습니다.

편의점 종업원이 야간 근무 중, 가게 앞 테이블에 손님이 두고 간 가방을 가져갔습니다. 안에 현금 163만 원이 있었습니다. 검사는 절도로 기소했고 1심은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편의점은 관리자가 있는 공간이라는 이유였습니다.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이유가 두 가지였습니다.

먼저 그 테이블은 가게 안이 아니라 사람이 지나다니는 도로변에 놓인 것이었고, 피해자도 거기 두고 온 줄 모른 채 귀가했다가 다음 날 오전에야 찾아왔습니다. 이미 피해자의 점유를 벗어난 물건이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가 더 흥미롭습니다. 그 시간 편의점을 혼자 맡아 관리하던 사람이 바로 피고인 자신이었습니다. 야간에 점주의 위임을 받아 홀로 점포를 관리하고 있었으니, 가게 물건에 대한 사실상 지배력은 점주가 아니라 피고인에게 있었습니다. 자기가 관리하는 물건을 자기가 절취할 수는 없습니다.

결론은 점유이탈물횡령, 벌금 300만 원이었습니다. 절도가 유지됐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입니다.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1심과 항소심의 죄명이 달랐다는 것 — 이 죄를 가볍게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주인 찾아주려고 했습니다”가 통하지 않는 이유

조사를 받으면 대부분 이렇게 말합니다. 가져다주려고 했다, 경황이 없었다, 깜빡했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자기 것으로 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하니 방향은 맞습니다. 문제는 그 말이 받아들여지는지입니다.

작년 인천국제공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탑승동 게이트 부근에서 누군가 떨어뜨린 280만 원짜리 가디건을 주웠습니다. 피고인은 주인을 찾아주려 했는데 여건상 조치를 못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CCTV를 보고 다섯 가지를 짚었습니다.

주우면서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곧바로 다른 게이트 쪽으로 이동한 점. 유실물 절차를 문의하지 않고 캐리어에 넣은 뒤 그대로 비행기를 탄 점. 이틀 뒤 귀국했을 때 공항에 유실물관리소가 운영 중이었는데 맡기지 않고 집으로 간 점. 습득한 날로부터 12일이 지나도록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점. 경찰 출석 통보를 받을 때까지 집에 보관만 하고 있던 점.

법원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타인 소유의 물건을 찾아줄 생각이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떤 자기 업무보다도 앞서 처리했어야 한다고.

지하철 백팩 사건에서도 같았습니다. 일주일간 반환 조치를 하지 않았고,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손쉽게 돌려줄 수 있었는데 그대로 집으로 가져갔다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말이 아니라 시간과 동선이 판단됩니다. 주운 직후 몇 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며칠이 지났는지, 그사이에 돌려줄 기회가 몇 번 있었는지가 기록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그 기록이 대부분 CCTV입니다.

카드를 한 번이라도 쓰면 사건이 커집니다

여기서부터는 성격이 달라집니다.

지갑이나 카드를 주운 것까지는 점유이탈물횡령입니다. 그런데 그 카드를 한 번이라도 쓰면 죄가 겹쳐 붙습니다.

분실·도난 카드를 사용한 것 자체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 됩니다. 여기에 사용 방식에 따라 죄가 더 붙습니다. 점원에게 카드를 내밀어 결제하면 사기, 무인 계산대나 교통카드 단말기에 대면 컴퓨터등사용사기, 현금자동인출기에서 돈을 뽑거나 자판기에서 물건을 사면 절도입니다.

편의점에서 몇천 원을 결제한 것으로 죄명이 서너 개가 됩니다. 실제 판결문에는 점유이탈물횡령·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사기·컴퓨터등사용사기·절도가 나란히 적힙니다. 벌금으로 끝나던 사건이 징역형을 다투는 사건으로 바뀌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주웠는데 카드가 들어 있었다면, 그 지갑은 그 상태 그대로 두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로 선고는

확인되는 선고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도로에서 주운 휴대전화 — 벌금 30만 원의 선고유예. 초범이고 학생이며 피해자와 합의한 점이 참작됐습니다.

공항에서 주운 가디건 — 벌금 30만 원의 선고유예. 물건이 주인에게 반환됐고, 피고인이 시가를 넘는 300만 원을 합의금으로 지급했으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초범이었습니다.

지하철 승강장의 백팩 — 벌금 50만 원. 반환 조치가 없었고 변소가 배척됐습니다.

편의점 앞 현금 163만 원 — 벌금 300만 원. 법정형 상한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가 눈에 걸립니다. 가디건 사건의 피고인은 280만 원짜리 물건 때문에 300만 원을 냈습니다. 그리고 그 합의가 선고유예를 만들었습니다. 선고유예는 유예 기간 2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보아 전과가 남지 않습니다.

30만 원짜리 사건이라는 말은, 실제로 오가는 돈이 30만 원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합니까

주운 물건이 아직 손에 있다면 답은 하나입니다. 가까운 경찰서나 지구대에 제출하시면 됩니다. 유실물법은 습득한 날부터 7일 안에 절차를 밟지 않으면 보상금이나 소유권을 받을 권리를 잃는다고 정하고 있는데, 더 중요한 것은 그 7일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 자체가 나중에 자기 것으로 하려는 의사의 근거로 읽힌다는 점입니다.

이미 연락을 받으셨다면, 통지서에 적힌 죄명부터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절도인지 점유이탈물횡령인지에 따라 다투는 방향이 다릅니다. 절도로 적혀 있다면 그 물건이 정말 누군가의 점유 안에 있었는지가 첫 번째 쟁점이 됩니다. 앞서 본 두 사건 모두 절도로 기소됐다가 죄명이 내려온 경우입니다.

경찰에서 연락을 받으셨거나 조사 날짜를 잡으셨다면, 물건을 주운 장소와 그 직후에 하신 행동, 지금 그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리해서 가지고 오시면 됩니다. 그 장소가 어디였는지부터 같이 확인하겠습니다. 죄명이 무엇으로 남느냐가 이 사건에서는 형량보다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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