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10월 12일 · 변호사 김영빈
점유이탈물횡령과 절도 — 주운 곳이 죄명을 정합니다
길에서 주운 물건을 돌려주지 않으면 점유이탈물횡령이지만, 가게처럼 관리자가 있는 곳에서 주우면 절도가 되어 징역 상한이 6배로 올라갑니다. 주운 곳에 따라 죄명이 갈린 판결들과 주인을 찾아주려 했다는 말이 시간과 동선 앞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 주운 카드를 한 번이라도 쓰면 죄가 겹치는 구조, 기록이 어디에 남는지를 정리합니다.
같은 물건을 같은 마음으로 주웠는데,
한 사람은 벌금 30만 원의
선고유예를 받고
한 사람은 절도로 기소됩니다

문제는 형량이 아니라 죄명입니다
길에서 주운 지갑을 돌려주지 않고 자기 것으로 가지고 있으면 점유이탈물횡령입니다. 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로(형법 제360조), 형사처벌 중에서는 가벼운 축에 듭니다. 벌금 30만 원을 정해 두고 선고를 미룬 선고유예로 끝난 사람도, 벌금 300만 원을 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면 죄명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절도라고 하면 다른 사건입니다.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형법 제329조), 징역 상한이 6배로 올라갑니다.
절도든 점유이탈물횡령이든 주운 사람의 마음은 같습니다. 죄명을 먼저 정하는 것은 주운 곳입니다.
가게 안에서 주우면 절도입니다
아직 누군가가 지배하고 있는 물건을 가져가면 절도이고, 아무의 지배도 벗어난 물건을 가져가면 점유이탈물횡령입니다. 당구장 종업원이 그 당구장에서 누가 잃어버린 신용카드를 주워 간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렇게 적었습니다(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도6158 판결).
이 사건 당구장과 같이 타인의 관리 아래 있는 장소에서 물건을 잃은 때에는 그 물건은 일응 그 관리자의 점유에 속한다 할 것이고, 이를 그 관리자가 아닌 종업원이나 제3자가 취거하는 것은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아니라 절도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PC방에 누가 두고 간 휴대전화를 다른 사람이 가져간 일도 절도였습니다(대법원 2007년 판결). 식당·목욕탕·카페처럼 주인이 관리하는 공간에도 이 법리가 적용됩니다. 주운 사람 입장에서는 「떨어져 있길래 주웠다」인데, 법은 「남이 보관하던 물건을 가져갔다」로 봅니다.
지하철은 다릅니다. 전동차 바닥과 선반에 있던 휴대전화·소형 가방을 들고 간 사건에서 대법원은 승무원이 유실물법에 따라 그 물건을 넘겨받을 권한을 가질 뿐, 실제로 발견하기 전까지는 점유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고 봤습니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도3963 판결). 그 사이에 가져가도 절도가 아닙니다.
검암역 승강장 의자에 놓인 백팩을 가져간 사람은 절도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절도 대신 점유이탈물횡령을 인정해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18. 10. 12. 선고 2018고정1861 판결). 역사 관리자에게도 그 물건을 넘겨받을 권한만 있었을 뿐, 점유는 없었습니다. 가방 안에는 노트북과 휴대전화, 미화 1,000달러가 들어 있었습니다.
지하철에서도 주인이 바로 옆에 있으면 절도입니다. 술에 취한 승객이 옆자리에 떨어뜨린 휴대전화를 집어 간 일은 절도로, 승강장에서 누가 잃어버린 여행용 가방을 들고 간 일은 점유이탈물횡령으로, 한 판결에서 함께 유죄로 인정됐습니다(부산지방법원 2016년 판결).
지하철 밖에서도 그렇습니다. 주인이 아파트 벤치 부근에 가방을 두고 근처 무인 편의점에 들어가 잠든 사이 챙겨 간 일도 절도였습니다. 법원은 가방이 여전히 주인의 사실상 지배 아래 있었다고 봤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6년 판결).
길은 대체로 점유이탈물횡령입니다. 서울 연희동 도로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주워 간 일은 벌금 30만 원의 선고유예로, 주인이 전날 밤 택시에 두고 내린 가방을 다음 날 아침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가져간 일은 벌금 100만 원으로 끝났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년 판결, 광주지방법원 2025년 판결).

편의점 앞 테이블은 밖이었습니다
편의점 종업원이 밤 근무 중에, 가게 앞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신 손님이 의자 위에 두고 간 가방을 들고 갔습니다. 안에 현금 163만 원이 있었습니다. 그는 절도를 거듭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으로 기소됐고, 1심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편의점처럼 관리자가 있는 공간에서 잃은 물건은 관리자의 점유에 속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4. 3. 27. 선고 2013노1396 판결). 그 테이블과 의자는 가게 안이 아니라 사람이 지나다니는 도로변에 놓여 있었고, 피해자는 거기 가방을 둔 줄 모른 채 귀가했다가 다음 날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편의점을 찾아왔습니다. 가방은 이미 피해자의 점유를 벗어나 있었습니다.
설령 가방을 가게가 보관하던 물건으로 보더라도,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점주의 위임을 받아 편의점을 혼자 맡아 가게 물건을 사실상 지배한 사람은 피고인 자신이었습니다. 자기가 관리하는 물건을 자기가 절취할 수는 없습니다.
항소심은 점유이탈물횡령으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벌금으로는 법이 정한 상한입니다.
같은 가방, 같은 163만 원인데
죄명 하나로
징역 1년 6개월이
벌금 300만 원이 됐습니다.

「주인 찾아주려고 했습니다」가 통하지 않는 이유
조사를 받으면 대부분 이렇게 말합니다. 가져다주려고 했다, 경황이 없었다, 깜빡했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자기 것으로 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하니 방향은 맞습니다. 문제는 그 말이 받아들여지는가입니다.
2025년 7월 인천국제공항 탑승동 게이트 부근에서 누군가 떨어뜨린 280만 원짜리 가디건을 주운 사람이 있었습니다. 주인을 찾아줄 생각이었고 여건이 안 돼 제때 못 돌려줬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법원은 CCTV와 기록에 남은 그 뒤의 행동을 하나씩 짚었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26. 5. 6. 선고 2026고정195 판결).
가디건을 손에 든 채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곧바로 다른 게이트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유실물 보관 절차를 문의하지 않고 캐리어에 담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에 탔습니다.
2일 뒤 귀국했을 때 공항에 유실물관리소가 운영 중이었는데 맡기지 않고 곧바로 귀가했습니다.
주운 날부터 12일이 지나도록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사기관의 출석 통보를 받을 때까지 가디건을 집에 보관만 하고 있었습니다.
타인 소유의 물건을 찾아줄 요량이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떠한 자신의 업무보다도 앞서 이를 처리하였어야 함이 당연하다
재판부는 돌려주려 했다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가디건은 주인에게 돌아갔고,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했습니다.
280만 원짜리 물건 때문에
300만 원을 냈습니다.
피해자는 처벌을 원하지 않았고, 피고인은 초범이었습니다. 벌금 30만 원의 선고유예로 끝났습니다. 30만 원짜리 사건이라는 말은, 실제로 오가는 돈이 30만 원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검암역 백팩 사건의 재판부도 주인을 찾아주려 했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경찰 연락을 받기까지 약 1주일 동안 반환을 위해 한 일이 없었고,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손쉽게 돌려줄 수 있었는데 그대로 집으로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벤치 사건의 피고인은 경비실 근처에 가져다 두었다고 했지만, 약 3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말보다 주운 뒤의 시간과 동선을 따졌습니다. 주운 직후 몇 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며칠이 지났는지, 그사이에 돌려줄 기회가 몇 번 있었는지. 3건 모두 CCTV가 증거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에서 무슨 말을 하실지보다, 물건을 주운 장소와 그 직후의 동선부터 묻습니다.
카드를 한 번이라도 쓰면 사건이 커집니다
길에서 주운 지갑이라면 지갑과 카드를 가져간 것까지는 점유이탈물횡령입니다. 그 카드를 한 번이라도 쓰면 죄가 겹칩니다. 분실·도난 카드를 쓴 것 자체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고, 그 법정형만 해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제70조).
점원에게 카드를 내밀어 결제하면 사기가, 지하철 개집표기나 무인 계산대에 쓰면 컴퓨터등사용사기가 더해집니다.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현금을 뽑으면 절도도 따로 성립합니다(대법원 1995. 7. 28. 선고 95도997 판결).
지하철역과 그 근처에서 주운 카드 3장으로 지하철 요금을 내고 PC방 요금 1만 원을 결제하고 자판기에서 과자를 뽑은 사람의 판결문 맨 위에는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절도·절도미수·점유이탈물횡령·사기·컴퓨터등사용사기, 죄명 6개가 나란히 적혔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6. 11. 선고 2019고단1057, 2019고단1320(병합) 판결). 징역형을 마친 지 3년이 안 돼 다시 저지른 누범이고 전과도 여럿이라 징역 1년이었습니다.
주운 신용카드를 3개월 넘게 659번 쓰고 합의금 580만 원을 낸 경우는 벌금 300만 원으로 끝났지만, 그 판결문에도 죄명이 5개 적혔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8년 판결).
주운 지갑에 카드가 들어 있었다면, 카드를 쓰지 않는 한 죄명은 점유이탈물횡령 하나입니다.
전과가 남습니까
검사가 초범·반환·합의 같은 사정을 보고 기소유예로 끝내면 재판을 받지 않고, 전과기록인 범죄경력자료에도 오르지 않습니다. 수사경력자료에 5년 보존된 뒤 지워집니다.
벌금을 받으면 범죄경력자료에 남습니다. 선고유예도 범죄경력자료에 적힙니다. 다만 2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봐 유예해 둔 벌금을 선고받을 일이 없어집니다. 그 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경우는 수사·공무원 임용 결격 확인처럼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때로 한정됩니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합니까
주운 물건이 아직 손에 있다면 주인에게 돌려주거나 가까운 경찰서·지구대에 내시면 됩니다. 유실물법은 주운 날부터 7일 안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보상금과 소유권을 받을 권리를 잃는다고 정하고, 가게·건물·차량 안처럼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주웠다면 그 관리자에게 넘기도록 합니다.
늦었더라도 돌려주는 쪽이 낫습니다. 공항 사건에서 법원이 선고를 유예한 이유의 맨 앞도 「어떠한 경위로든 이 사건 가디건이 원래의 주인에게 그대로 반환조치가 완료된 점」이었습니다.
점유이탈물횡령 하나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분은 드물고, 저도 벌금으로 끝날 사건에 변호사 비용을 쓰시라고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혼자 조사를 받고, 벌금을 내고, 끝냅니다.
그 계산이 달라지는 것은
출석 요구에 절도라고
적혀 있을 때, 그리고
카드를 썼을 때입니다.
그때 변호인은 적힌 죄명이 기록의 사실과 맞는지 따집니다. 절도라면 주울 때 그 물건을 누가 관리하고 있었는지를, 카드라면 점원에게 냈는지 기계에 썼는지를 하나씩 세웁니다. 연락을 받으셨다면 물건을 주운 장소, 그 직후에 하신 일, 지금 그 물건이 있는 곳을 정리해 오시면 그 장소부터 같이 확인하겠습니다.
죄명이 무엇으로 남느냐가
이 사건에서는
형량보다 앞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