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10월 21일 · 변호사 김영빈
허위진단서작성죄 - "다른 병원은 다 써주던데요?"
진료실에서 받는 진단서 부탁은 병명이 진짜여도 요양 기간 한 줄을 부풀리면 허위진단서가 되고, 써 준 의사에게는 허위진단서작성죄와 면허 자격정지·취소가, 부탁한 환자에게는 교사죄가, 낸 사람에게는 행사죄가 걸립니다. 의사가 거절하면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부탁한 환자도 아무 죄를 짓지 않은 것이 됩니다. 「다른 병원은 다 써주던데요」라는 말에 그 병원이 어디인지 되물은 의사가 두 사람을 지킨 이유를 따라갑니다.
병명이 진짜여도
기간 한 줄이 허위가 되고,
써 준 의사도 부탁한 환자도
처벌 대상이 됩니다.
그 부탁을 거절한 의사가
두 사람을 지켰습니다

난임 시술을 받으러 다니던 환자가 진료실에서 부탁을 합니다.
「선생님, 저 회사 좀 두 달 쉬려고요.
난임으로 진단서 하나만 써 주세요.
두 달 요양이 필요하다고요.」
의사가 차트를 봅니다. 시술은 통원으로 하고 있고, 두 달을 누워 지내야 할 의학적 사정은 없습니다. 그렇게는 쓸 수 없다고 답하자 이런 말이 돌아왔습니다.
「어차피 난임인 건 사실이잖아요.
다른 병원에선 다 써주는데,
왜 이렇게 유난이세요?」
의사는 물러서지 않고 되물었습니다.
「그럼 그 다른 병원이 어디인지,
어느 선생님이 써 주셨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환자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진료실을 나가면서 융통성 없는 병원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름과 사정만 바뀔 뿐, 진료실에서 심심찮게 오가는 대화입니다.
병명이 진짜여도, 기간 한 줄이 허위가 됩니다
환자의 말에서 가장 그럴듯한 부분은 「난임인 건 사실이잖아요」입니다. 없는 병을 지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있는 병명에 휴직에 필요한 문구 하나만 얹어 달라는 부탁이니까요.
대법원은 진단서의 허위를 병명으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허위의 기재가 사실에 관한 것이든 판단에 관한 것이든 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4도15129 판결). 병명, 치료 기간, 앞으로의 치료에 대한 소견까지 모두 진실해야 합니다. 그 사건의 의사는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입원해 있던 수형자의 연장신청서에 붙일 진단서에 「향후 지속적인 입원치료를 요하는 상태」, 「수용생활은 불가한 상태로 판단됨」이라고 썼다가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환자에게 병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 병이 그때 그런 소견을 뒷받침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난임 진단을 받은 분에게 난임이라고 쓰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 뒤에 붙는 한 줄입니다. 통원 시술로 충분한 상태에 「2개월간 안정 가료를 요함」이라고 적는 순간, 병명이 진짜여도 그 진단서는 허위진단서입니다. 서류 이름을 바꿔도 같습니다. 대법원은 명칭이 소견서로 되어 있어도 병명이나 치료 기간 같은 건강 상태를 증명하려고 작성한 것이면 진단서라고 봅니다(대법원 1990. 3. 27. 선고 89도2083 판결).
그 판결의 사건은 방향이 반대였습니다. 교통사고 환자 2명에게 2주 진단서를 써 준 의사가, 진단 기간이 너무 길다는 가해 회사의 항의를 받은 병원 쪽 종용으로 환자들의 경과를 다시 확인해 3~4일로 고쳐 썼습니다. 이 의사는 허위진단서작성으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뒤집혔습니다. 고쳐 쓴 내용이 오히려 진실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이 죄가 묻는 것은 의사가 무엇을 고쳤느냐가 아니라, 적힌 것이 진실이냐입니다.
써 주는 순간, 의사에게 걸리는 것
형법 제233조는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조산사가 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7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이 죄는 조금 특이합니다. 형법은 자기 이름으로 만든 사문서에 거짓 내용을 적는 것을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거짓말을 적었다고 그것만으로 문서에 관한 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진단서만 예외입니다. 법원, 수사기관, 보험회사, 회사, 학교가 사람의 건강 상태를 판단할 때 진단서를 그대로 믿고 쓰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의사의 서명에 그만한 증명력을 주었고, 형법은 그 믿음을 지키려고 의사에게만 따로 책임을 지웠습니다.
형사처벌로 끝나지도 않습니다. 진단서를 거짓으로 작성해 내주면 의료법에 따라 1년 범위에서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3호). 형이 벌금이 아니라 징역이나 금고로 나오면 더 무겁습니다.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라도 금고 이상의 형이면 면허가 취소됩니다(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제8조). 진단서 한 장에 걸린 것이 의사로 일할 자격 그 자체입니다.

부탁한 환자도 같은 죄입니다
죄의 주체는 의사로 못 박혀 있습니다. 그래도 부탁한 환자는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로스쿨 시절 시험에 단골로 나오던 논점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신분이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를, 신분 없는 사람이 부추기면 어떻게 되는가. 형법 제33조가 답을 정해 두었습니다. 의사만 저지를 수 있는 죄라도, 의사를 부추긴 사람은 그 죄의 교사범이 됩니다. 그리고 교사범은 정범과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형법 제31조 제1항).
대법원은 1967년에 이미 이 문제에 답했습니다(대법원 1967. 1. 24. 선고 66도1586 판결). 다른 사람에게 돈 2천 원을 주면서 환자로 가장해 병원에서 허위진단서를 받아 오라고 시킨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의사를 만난 적조차 없었습니다. 그래도 허위진단서작성죄의 교사범이었습니다.
같은 부탁이 실제 판결까지 간 사건도 있습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7. 21. 선고 2020노1743 판결). 한 남성이 아내가 대학 수업에 결석한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며, 진료받은 적 없는 진료를 받은 것으로 진단서를 만들어 달라고 의사에게 카카오톡으로 부탁했습니다. 의사가 병원 원장 명의로 만들어 준 진료확인서에는 「좌측 발목 부위, 봉와직염」, 「1주간의 통원 치료」, 「1주간의 안정 가료」가 적혀 있었고, 아내는 그 서류를 교수에게 냈습니다. 「안정 가료」, 진료실에서 오가는 부탁에 붙는 바로 그 문구입니다.
항소심은 남편에게 허위진단서작성교사죄 등으로 벌금 300만 원, 서류를 낸 아내에게 허위작성진단서행사죄로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고,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보험금을 타낸 것도 누구 돈을 가로챈 것도 아닌데, 결석 소명용 서류 한 장으로 부부가 나란히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그 서류를 낸 아내처럼, 허위로 작성된 진단서를 어딘가에 제출하면 낸 사람은 행사죄의 정범입니다(형법 제234조). 그 진단서로 휴직 급여나 보험금까지 받으면 사기죄가 따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진단서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쓴 의사에게 작성죄, 부탁한 환자에게 교사죄, 낸 사람에게 행사죄가 걸립니다.
거절하면, 아무도 처벌받지 않습니다
그날 진료실의 환자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진료실에서는 의사가 거절했습니다. 부추김만 있고, 죄를 저지를 사람이 저지르지 않은 상황입니다.
부추겼는데 상대가 승낙하지 않으면, 형법은 부추긴 사람을 그 죄의 예비·음모에 준해 처벌합니다(형법 제31조 제3항). 그런데 허위진단서작성죄에는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준해서 처벌할 근거가 없습니다. 그래서 부탁이 거절당한 환자는 아무 죄도 짓지 않은 것이 됩니다.

거꾸로 말하면, 그 부탁이 죄가 되느냐를 정하는 사람은 부탁한 환자가 아니라 부탁받은 의사입니다.
의사가 거절하면
아무 일도 없고,
의사가 들어주면
두 사람 모두 처벌 대상이 됩니다.
유난이 아니었습니다. 그 진료실에서 형법이 정해 둔 대로 움직인 사람은 그 의사 한 명이었습니다.
「그 병원이 어디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정말로 써 준다는 병원이 있었다면, 환자는 실랑이할 것 없이 그 병원에 가면 그만이었습니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저는 당연히 거짓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거절당한 자리에서 흔히 나오는 말입니다. 어느 병원도, 어느 의사도 그렇게 쉽게 써 주지 않을 겁니다. 저는 의사라는 직역을 그만큼 신뢰합니다. 그러니 댈 이름이 없었고, 침묵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에 하나 그 말이 사실이었다면 이야기는 훨씬 무거워집니다. 그 「다른 병원」 의사들은 허위진단서작성죄의 정범이 되고, 그 진단서들을 부탁해 받아 낸 환자는 받을 때마다 교사범이 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어딘가에 냈다면 행사죄가 그 위에 쌓입니다. 진료실에서 오간 것은 처음 하는 부탁이 아니라, 이미 여러 번 저지른 일을 한 번 더 해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이름을 대면 자백이 되고, 대지 못하면 거짓말이 됩니다. 어느 쪽이든 부탁은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변호사가 옆에 앉아 있었어도 그보다 정확한 대사를 만들지는 못했을 겁니다.
원하는 답을 살 수 있는 시대라서
그 환자만 유별났던 것은 아닐 겁니다. 지금은 원하는 답을 구하기 쉬운 시대입니다. 유튜브에는 어떤 주장이든 확신에 차서 대신 말해 주는 채널이 있고, AI는 질문을 바꿔 가며 몇 번 다시 물으면 결국 내가 듣고 싶던 문장을 공짜로 만들어 줍니다. 그러다 보면 전문가의 판단도 그중 하나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돈을 내면 나오는 서비스, 여기서 안 나오면 다른 데서 사면 되는 상품.
진료실의 그 부탁은 그 감각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진찰료를 냈고, 난임인 것도 사실이고, 옆 병원에서는 써 준다는데 왜 여기서만 안 되느냐는 항의입니다.
그런데 전문가의 서명은 정반대로 작동합니다. 의사의 진단서가, 변호사의 의견서가, 회계사의 보고서가 어디서든 통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이 사람들은 아무 내용에나 서명하지 않는다는 믿음. 원하는 대로 써 주기 시작하는 순간 그 서명의 값은 종잇값이 됩니다. 형법이 허위진단서작성죄라는 죄를 따로 두어 지키는 것도 결국 그 믿음입니다.
듣고 싶은 답은 어디서든 살 수 있지만, 전문가의 값은 맞는 답에서 나옵니다. 때로는 아니라고 말하는 데에서. 전문가의 판단을 결제하면 나오는 상품으로 취급한 그 환자를 그날 지켜 준 것은, 끝까지 상품이 되기를 거절한 전문가였습니다.
쉬어야 하는 환자에게, 대신 줄 수 있는 것
난임 시술을 받으며 일을 병행하는 생활이 얼마나 소모적인지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주사 일정에 맞춰 반차를 쪼개 쓰고, 결과를 기다리면서 회의에 앉아 있는 날들이 해를 넘기고, 기약 없는 기다림이 이번에도 절망으로 끝나면, 두 달쯤 전부를 멈추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 마음이 갈 길은 따로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에는 난임치료휴가가 있습니다. 연간 6일, 그중 처음 2일은 유급입니다. 모자라면 회사 취업규칙의 병가나 휴직 제도를 확인할 수 있고, 몸 상태가 정말 휴직을 요할 정도라면 의사가 있는 그대로의 소견을 적으면 됩니다. 실제 상태를 적은 진단서는 아무리 긴 휴직의 근거가 되어도 허위진단서가 아닙니다. 거절한 그 자리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건넬 수 있는 것은 이 제도들과, 사실대로 쓴 소견입니다.
이미 선을 넘은 뒤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부탁대로 만들어진 진단서가 어딘가에 제출됐거나 그 진단서로 수사가 시작됐다면, 그때는 진단서에 무엇이 적혔고 차트에는 무엇이 남았는지, 누가 무엇을 부탁했는지를 기록으로 확인하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작성, 교사, 행사, 사기는
각각 다른 죄이고,
다툴 지점도
각각 다릅니다.
진단서는 의사의 호의로 쓰는 문서가 아니라, 법이 증명력을 걸어 둔 문서입니다. 그날 진료실에서 의사는 물러서지 않았고, 덕분에 아무도 피고인이 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