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기 · 2026년 6월 10일 · 변호사 김영빈
개업기 ④ 그래도 한 사람은 옆에
AI를 들이고도 전속 한 사람과 함께 가는 이유 — 1인 사무소의 사람 축.
AI를 들이고도, 전속 한 사람과 함께 가는 이유
개업기 ①에서 저는 “사람을 늘리는 대신, 받쳐 줄 구조를”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②와 ③에서, 그 구조의 자리에 AI를 앉히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료를 통째로 쥐어 주고, 도구를 엮고, 쓰는 AI와 부수는 AI를 나눠 부리는 데까지요.
여기까지 오면, 정말 혼자서도 다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도 개업 초기 혼자서 몇달을 버텼기도 하고요.
게다가 요즘은 공유오피스에 자리만 잡고, 직원도 건물이 공유해 주는 인력으로 충당하는 사무실이 적지 않습니다. 고정비를 한 푼도 얹지 않는 길이죠. 솔깃합니다. 저도 그 유혹을 압니다.
그런데 저는, 손발이 되어 줄 한 사람만큼은 곁에 두기를 권합니다. 제가 그렇게 했고, 지금도 그게 옳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늘리지 마라”가 “사람을 두지 마라”는 아닙니다
①에서 사람을 늘리는 대신 시스템으로 가자고 했던 말은, 사람을 0으로 만들라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불어나는 고정비로 머릿수를 쌓아 일을 욱여넣지 말자는 뜻이었지요.
그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AI가 아무리 많은 일을 받쳐 줘도 — 그리고 실제로 많이 받쳐 줍니다 — 사람의 손발이 닿아야만 하는 자리는 “따로” 남습니다.
AI가 받쳐 줘도, 손발은 따로입니다.
AI는 제 생각을 받칩니다. 자료를 읽고, 초벌을 짜고, 제가 쓴 것을 다시 의심해 줍니다. ②와 ③이 그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AI는 법정에 같이 서 주지 않고, 불안해하는 의뢰인의 손을 잡아 주지 않으며, 갑자기 쏟아진 실물 서류를 정리해 우체국으로 들고 뛰어 주지도 않습니다. 피지컬-AI의 시대가 온다고 해서, 그 영역이 갑자기(최소한 5년 안에) 자동화될지에 대해서 저는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사무실을 돌리는 일은 머리로만 되지 않습니다. 머리가 아무리 빨라도 그 사이사이를 메우는 손발이 없으면, 결국 변호사가 그 일까지 다 합니다. 그러면 정작 변호사만 할 수 있는 일 — 판단하고, 다투고, 사람을 만나는 일 — 에 쓸 시간이 깎입니다.
그래서 저는 나눴습니다. 사고와 검증은 AI에게, 손발은 사람에게. 둘은 서로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자리를 맡습니다.
전속이어야 하는 이유
문제는 “그 손발을 어떻게 두느냐”입니다. 앞서 말한 공유 인력을 쓰면 고정비가 들지 않습니다. 분명한 장점이죠. 그런데 저는 전속을, 그러니까 제 사무실에만 속한 한 사람을 택했습니다.
이유는 하나로 모입니다. 제가 요구하는 만큼, 제가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공유되는 손은 제 기준과 제 생각을 끝까지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남과 나눠 쓰는 인력에게 제 방식대로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를 밀어붙일 수는 없으니까요. 동시에 그 사람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어느 일도 끝까지 누구의 일이 되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전속은 반대입니다. 제가 요구하는 수준을 끝까지 요구할 수 있고, 그만큼 그 사람을 책임지는 것도 제 몫입니다. 사무실의 맥락이 그 사람 몸에 배고, 두 번 설명할 일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책임진다는 말은, 말로 끝나지 않습니다. 저는 함께 가는 그 한 사람에게 제가 드릴 수 있는 최고의 대우를 하려 합니다. 흔히 사무 보조에게 매기는 처우의 틀에 가두지 않고, 한 사람의 전문가로 — 위아래로 일을 시키는 사이가 아니라, 가능한 한 수평적으로 함께 일하는 동료로 대합니다. 실제로 법률적인 이야기도 가감없이 하고 있고, 고민해주고, 전속 직원분의 일정이 맞지 않으면 여전히 제가 직접 법원으로 뛰기도 합니다. 전속 직원분의 일이 힘들면 제 시스템 설계가 잘못된 것인지 고민하고 재설계하고, 제 사무실의 모두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 그런 작업은 공유 직원과는 불가능하지요.
그러니 전속은 공유보다 분명히 더 듭니다. 게다가 저는 그 대우를 아끼지 않습니다. 솔직히 여기엔 제 취향도 섞여 있을 겁니다. 누군가에겐 가볍게 공유로 가는 편이 맞을 수도 있고요. 다만 요구와 책임과 대우가 한 사람 안에서 맞물리는 구조에는, 취향을 넘어서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빌린 손으로는 닿지 않는 자리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 사람은 곁에 둔다
개업을 준비하는 분께 드리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공간은 비워도 되고, AI는 망설이지 말고 들이십시오. 하지만 손발이 되어 줄 한 사람은, 아무리 줄여도 한 사람은, 곁에 두기를 권합니다.
사람을 쌓지 않는다는 건 사람을 없앤다는 게 아닙니다. 시스템으로 받칠 수 있는 만큼 받치고, 그러고도 남는 손발의 자리에 — 믿을 수 있는 한 사람을, 제대로 대우하며 두는 것. 그게 제가 찾은 균형이고, AiN의 N(사람)이 들어앉는 자리입니다. 다만, 우선은 자신이 꿈꾸는 시스템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그림을 그리고 가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