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기 · 2026년 6월 8일 · 변호사 김영빈

개업기 ② 사무실에 AI를 들이다

법률사무소에 AI를 들인 이유와 방법 — 무엇을 왜 골랐고, 설치부터 첫 사건 분석까지.

왜 Claude Code인가 — 설치부터 첫 분석까지


지난 글 끝에서, 제 사무실을 돌리는 AI 시스템을 다음 글에 통째로 뜯어 보여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 짚고 가야 할 바닥이 있습니다.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도, 먼저 AI를 내 컴퓨터에 앉히는 데서 시작하니까요. 이번 글은 그 맨 밑바닥 — 무엇을, 왜 골랐고, 어떻게 까는지까지입니다. 시스템을 어떻게 짰는지는 그 다음 글로 미루겠습니다.

먼저 솔직히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이건 지금 대부분의 변호사가 하는 일이 아닙니다. 여전히 많은 사무실이 한글(hwp)로 서면을 쓰고 엑셀로 사건을 관리합니다. 그러니 이 글은 “남들 다 하는 것”을 알려 드리는 게 아니라, “거의 아무도 안 하는 것”을 권하는 글입니다. 그 간극이 곧 기회라고 저는 봅니다.


무엇을, 왜 골랐나

왜 남이 만든 ‘법률 AI 솔루션’을 사다 쓰지 않고 직접 까느냐. 두 가지입니다. 내 업무가 어떻게 흐르는지는 저만 알고(평균적인 변호사를 가정한 솔루션은 제게 맞지 않습니다), 사건 자료를 남의 서버에 올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뢰인 자료의 주권은 변호사가 타협할 수 없는 선입니다. 그래서 직접 깝니다.

그렇다면 어떤 AI냐. 저는 GPT, Gemini, Kimi, Deepseek, Gemma, Qwen까지, 손에 잡히는 모델은 거의 다 다뤄 봤습니다. 그러면서 분명해진 게 하나 있습니다. 모델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 — 그것도 막연히 ‘조금 낫다’ 수준이 아니라, 같은 일을 시켜도 결과가 극심하게 갈린다는 것입니다. 이름값이나 점유율과 꼭 맞아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저는 그중 Claude로 정했습니다. 누구에게 이게 정답이라고 설득하려는 게 아니라, 제가 왜 이렇게 했는지를 적어 두는 겁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생각’의 깊이가 깊고, ‘서면’을 다루는 손이 좋습니다. 변호사의 일이 결국 그 두 가지 위에 서 있으니, 저로서는 망설일 게 없었습니다.

같은 Claude라도, 저는 웹 챗봇 창이 아니라 Claude Code를 씁니다. 챗봇은 질문 치고, 답 받고, 복사하는 데서 멈춥니다. 그렇게 쓰면 AI는 내 파일을 모르고, 매번 제가 내용을 복사해 붙여넣어야 하죠. 이걸 메우려고 프로젝트니 코워크니 하는 기능이 더해지고 있지만, 극단적으로 말하면 Code의 하위호환에 가깝습니다(접근이 쉽다는 장점은 분명하죠).

Claude Code는 웹사이트가 아니라 내 컴퓨터에 까는 프로그램입니다. 깔아 두면 AI가 내 폴더와 파일에 “직접” 손을 댑니다. 설치되어 돌아가는 순간부터, 파일이나 폴더를 일일이 올리는 작업은 ‘없어집니다’. “이 폴더의 자료를 다 검토해 봐” 한마디로 끝나는 겁니다. 게다가 한 대가 아니라 여러 AI를 팀으로 부릴 수도 있습니다. 서면을 쓰는 AI와 그것을 검증하는 AI를 따로 두는 식으로요. 그 이야기는 다음 글로 미루겠습니다.


1. 설치 — AI를 내 컴퓨터에 앉히기

순서대로 따라오시면 됩니다.

설치는 윈도우 검색창에 ‘PowerShell’을 쳐서 엽니다. (빠르게는 Win+R로 ‘실행’ 창을 띄워 ‘powershell’을 입력해도 됩니다.) 그리고 아래 한 줄을 그대로 붙여넣은 뒤 엔터를 누르면 됩니다.

irm https://claude.ai/install.ps1 | iex

설치가 끝났는지는 이걸로 확인합니다.

claude --version

버전 번호가 뜨면 된 겁니다. (윈도우 11이라면 winget install Anthropic.ClaudeCode 명령으로 깔아도 됩니다.)

그대로, 처음으로 claude라고 쳐서 실행하면 로그인하라는 안내가 뜨고, 브라우저가 열립니다. 거기서 본인 계정으로 인증하면 끝입니다. 요금은 Claude Pro, 한 달 20달러면 변호사 한 명이 쓰기에 넉넉합니다. 사무실 임대료 하루치도 안 되는 돈으로, 지치지 않는 조수 하나를 들이는 셈입니다. 더 무겁게 굴리고 싶을 때 쓰는 상위 플랜도 있는데, 아마 마음에 들면 한 달 200달러짜리 Max 플랜으로 갈아타게 되실 겁니다.


2. 어디서 켜느냐 — 실행할 자리를 정하기

여기서 한 번 짚고 가겠습니다. 설치는 했는데, 막상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몰라 멈추는 분이 많거든요.

Claude Code는 켜는 순간 ‘지금 있는 폴더’를 자기 작업 공간으로 삼습니다. 그러니 AI에게 보여 주고 싶은 폴더로 먼저 가서 켜야 합니다. 엉뚱한 자리에서 켜면, AI도 엉뚱한 곳을 들여다봅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윈도우 탐색기에서 작업할 폴더를 엽니다. 위쪽 주소창을 클릭해 powershell이라고 치고 엔터를 누르세요. 그러면 바로 그 폴더에서 터미널이 열립니다. 거기서 claude라고 치면, AI가 그 폴더를 자기 작업 공간으로 삼고 시작합니다.


3. 첫 명령 — 그 순간 실감이 옵니다

진짜로 일을 시켜 볼 차례입니다.

윈도우 탐색기에서 폴더 하나를 만들고, 사건 자료를 거기 넣어 보십시오. 받은 계약서 PDF든, 녹취록이든, 메모든. 그 폴더에서 (위에서 한 대로) Claude Code를 켜고, 이렇게 칩니다.

“이 폴더에 있는 자료를 다 읽고, 무슨 사건인지, 쟁점이 무엇인지 정리해 줘.”

그러면 AI가 폴더 안의 파일을 하나씩 읽고, 잠시 뒤 사건의 윤곽과 쟁점을 정리해 화면에 띄웁니다. 무엇 하나 복사해 붙여넣은 것도, 일일이 설명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저는 이 순간이 분기점이라고 봅니다. AI를 ‘질문 던지고 답 받는 창’으로 쓰다가, ‘내 자료를 쥐고 함께 일하는 조수’로 처음 만나는 자리. 한번 이걸 겪고 나면,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기는 어렵습니다.


여기까지가 바닥 깔기입니다.

다만 도구 자체는 공개돼 있으니, 이 글 그대로 하면 오늘 저녁이면 Claude Code가 돌아가는 걸 직접 보시게 됩니다. 거기까지는 쉽습니다. 하지만 그 위에 무엇을 쌓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이 시스템 위에서 수백 번의 작업을 반복했고, 그때마다 ‘AI에게 나라는 변호사를 가르치는’ 기억을 한 조각씩 쌓았습니다. 그 누적은 복사되지 않습니다. 셋업은 레시피지만, 시간은 손맛이니까요.

덧붙이자면, 설치는 위에 적은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그 위에 제대로 된 시스템을 설계하는 건 다른 얘기입니다. 저는 변호사이기 전에 개발자였습니다. 컴퓨터공학을 오래 붙들었던 그 사고방식이 없었다면, 이만큼 짜지는 못했을 겁니다. 솔직히 저는, 그 토대 없이도 제대로 된 설계가 가능하다고 쉽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두 가지는 분명합니다. 입구는 정말로 열려 있다는 것 — 이 글을 보는 분도 오늘 저녁이면 첫 분석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고방식조차, 이제는 AI와 부딪혀 가며 기를 수 있는 시대라는 것. 저 역시 한동안 감을 잃었다가, AI와 다시 붙으며 되살렸으니까요.

그러니 일단 깔아 보십시오. 깔고 난 다음이 진짜 시작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컴퓨터에 앉힌 AI 위에서, 사무실 자료 전체를 어떻게 통째로 AI 손에 쥐어 주는지 — 그리고 그 위에서 여러 AI가 어떻게 나뉘어 일하는지, 서면을 쓰는 AI와 그것을 사정없이 물어뜯는 AI를 어떻게 갈라 두는지, AI가 지어내는 가짜 판례를 어떻게 걸러 내는지 — 를 이야기하겠습니다.


따라 하실 때 참고할 공식 문서 (화면과 명령은 수시로 바뀌니 늘 이쪽을 기준으로)

  • Claude Code 설치: code.claude.com/docs

사건의 다음 결정을 위해.

상담 99,000원, 원데이 리포트 990,000원. 수임 시 전액 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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