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2026년 7월 23일 · 변호사 김영빈
감기약 먹고 운전하면 쇠고랑?
약물운전 처벌이 올해 징역 5년으로 올랐지만, 법이 정한 '약물' 490종에 일반 감기약은 없습니다. '감기약 5년' 공포의 정체와, 4월 처벌·7월 정비로 층층이 다듬어진 개정 과정을 형사전문변호사의 시각으로 짚었습니다.
올해 봄, 약물운전 처벌이 강화되자 온라인에 이런 제목들이 쏟아졌습니다. 「무심코 먹은 감기약 한 알에… 4월부터 확 바뀐 도로 위 시한폭탄」 같은 기사가 나오고, 유튜브와 커뮤니티에는 “감기약 먹으면 쇠고랑?”류의 영상과 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댓글의 정서는 대체로 하나였습니다.
그럼 콧물약 먹고 출근하다 단속되면 전과자 되는 거냐. 나라가 미쳤다.
형사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로서 먼저 이야기해 두겠습니다. 약국에서 산 감기약을 먹고 운전했다고 처벌받는 일은 원칙적으로 없습니다. 다만 저 공포가 순전한 헛소문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올해 약물운전 처벌이 실제로 크게 세졌고, 법이 겨누는 ‘약물’의 이름이 하필 오해하기 좋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의 이야기입니다.
올해, 약물운전에 음주운전급 처벌이 붙었다
2026년 4월 2일부터 약물운전 처벌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그전까지 3년 이하였던 형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올랐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치면 만취 구간과 나란한 무게입니다.
처벌 숫자만 오른 게 아닙니다. 그동안 약물운전에는 없던 것이 두 개 생겼습니다. 하나는 경찰이 운전자에게 약물 검사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똑바로 걷기·한 발로 서기 같은 상태 검사(미국 음주단속에서 보던 그 장면입니다)를 하고, 침을 채취해 간이시약으로 확인하고, 불복하면 병원에서 혈액과 소변을 뽑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냅니다. 다른 하나는 이 검사를 거부하면 그 자체로 처벌받는다는 것입니다. 거부만으로 약물운전과 똑같은 5년 이하. 음주운전에서 ‘측정 거부’가 오래전부터 별도의 죄였던 것과 똑같은 구조입니다.
방향은 분명합니다. 마약을 하고 운전대를 잡는 일이 늘었는데 처벌은 음주보다 가벼웠던 공백을 메운 것이니까요. 문제는 이 소식이 대중에게 닿는 과정에서 엉뚱한 데로 튀었다는 점입니다.
법이 말하는 ‘약물’에 감기약은 없다
법이 처벌하는 ‘약물’의 목록은 정해져 있습니다. 마약류관리법이 정한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그리고 화학물질관리법이 정한 환각물질. 숫자로는 490종쯤 됩니다.
이 목록에 일반 감기약은 없습니다.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사는 약도 없습니다. 실제로 들어 있는 것은 처방으로만 나가는 향정신성의약품 — 수면제로 쓰는 졸피뎀, 마취제 프로포폴 같은 것들 — 과 마약, 대마, 그리고 부탄가스처럼 흡입해 취하는 환각물질입니다. 평범한 사람이 감기 기운에 삼키는 알약과는 거리가 먼 목록입니다.
그렇다면 공포는 어디서 왔을까
법이 아니라, 그 법이 전해지는 방식에서 왔습니다.
같은 개정을 두고 기사들이 엇갈렸습니다. 한쪽은 감기약 자체는 단속 대상이 아니라고 바로잡았고, 다른 한쪽은 “감기약이나 알레르기약도 졸음을 유발하면 상황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읽는 사람으로서는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사실 두 기사 다 반씩 맞습니다. 그 반씩을 가르면 공포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감기약은 ‘마약운전’의 대상이 아닙니다. 5년 이하라는 그 무거운 형은, 앞서 본 490종 —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환각물질 — 에 걸릴 때만 붙습니다. 감기약 성분은 그 목록에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감기약은 대상 아님’이 맞습니다.
다만 약을 먹고 졸음이 쏟아져 제대로 운전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도로교통법에는 ‘과로하거나 아파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하는 상태의 운전’을 처벌하는 별도 규정이 따로 있고, 감기 기운에 약까지 겹쳐 그런 상태에 이르렀다면 여기에 닿을 여지가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형은 30만 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입니다. 마약운전이 5년이라면, 이쪽은 30만 원 — 하늘과 땅입니다.
공포는 이 둘을 ‘처벌’이라는 한 단어로 뭉갠 데서 자랐습니다. 30만 원짜리 회색지대가 5년짜리 감옥으로 부풀어 오른 것입니다. 여기에 ‘향정신성의약품’이라는 이름이 거들었습니다. 불면에 처방받는 수면제, 시술에 쓰는 마취제가 다 이 범주라, “내가 병원에서 받은 그 약도?” 하는 불안이 아주 근거 없는 상상만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나 처방받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오남용해 운전대를 잡는 일과, 약국 감기약을 삼키고 운전하는 일은 처음부터 다른 물건입니다.
이 법은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 데 법은 한 번에 손대지 않았습니다. 순서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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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무엇이 ‘약물’인지를 법률에 또렷이 적었습니다. 그전에는 이 목록이 법이 아니라 그 아래 행정규칙에 맡겨져 있어서, 법전을 펴도 무엇을 먹으면 안 되는지 국민이 알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5년을 가둘 수 있는 죄라면 그 대상부터 또렷해야 한다는 형벌의 기본을, 먼저 채운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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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올 4월, 처벌을 음주 수준으로 올리고 없던 단속 수단을 만들었습니다. 그전에는 마약을 하고 운전대를 잡아도 이를 현장에서 잴 방법조차 마땅치 않았습니다. 타액검사와 측정거부죄는 그 공백을 채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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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7월, 같은 흐름에서 무등록 운전교육 광고처럼 운전 안전의 변두리에 있던 구멍까지 손봤습니다.
시간순으로 펴 놓고 보면, 이번 개정은 즉흥적인 겁주기가 아니라 대상을 정하고, 그 위에 처벌과 수단을 갖추고, 남은 구멍을 정리하는 순서로 빈틈을 차례차례 메워 온 과정이었습니다. 감기약 공포는 이 긴 과정 가운데 ‘처벌이 세졌다’는 한 토막만 크게 떼어져 퍼진 결과에 가깝습니다. 무엇에 대한 5년인지는 이미 그 앞 단계에서 정해져 있었는데, 그 대목은 뉴스가 되지 못했을 뿐입니다.
음주운전 옆에 나란히 놓으면
이 법을 음주운전과 나란히 두고 보면, 닮은 만큼 어긋난 곳도 보입니다.
음주운전은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형이 세 구간으로 나뉩니다. 0.03이냐 0.2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약물운전에는 그런 농도 구간이 없습니다. 검출되면 경중을 가리지 않고 5년 이하라는 한 칸에 들어갑니다. 마약은 알코올처럼 ‘몇 퍼센트’로 취기를 재는 방법이 아직 자리 잡지 않은 탓인데, 결과적으로 가벼운 초범도 만취운전급 상한 앞에 서게 됩니다.
반대로 측정 거부는 음주 쪽이 오히려 더 무겁게 짜여 있습니다. 음주 측정거부에는 ‘1년 이상’이라는 하한이 붙어 있는데, 약물 측정거부에는 그 하한이 없습니다. 같은 거부인데 한쪽만 바닥을 깔아 두었습니다. 서둘러 들여온 제도라, 이런 이음매가 아직 여기저기 남아 있습니다.
남는 것
감기약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정작 눈여겨볼 것은 감기약이 아닙니다. 처벌을 5년으로 올리는 일은 한 번의 개정으로 끝나는데, 그 처벌이 무엇을 겨누는지가 사람들 머릿속에 제대로 가 닿기까지는 그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법전에 또렷하게 적힌 경계와, 사람들이 실제로 무서워하는 경계는 늘 조금씩 어긋나 있습니다. 이번 소동은 그 틈을 봄부터 여름까지 보여 준 사례에 가깝습니다. 무서워할 것은 마약을 한 채 운전대를 잡는 일이지, 감기 기운에 삼킨 알약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