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2026년 5월 18일 · 변호사 김영빈

선생님, 혼자 맞고 계시면 안 됩니다

교권침해에 맞서는 선생님을 위한 글 — 혼자 맞고 계시면 안 됩니다.

엊그제 SBS 뉴스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점심시간에 운동장을 닫는 초등학교가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이가 다치면 민원이 들어오고, 민원이 들어오면 소송이 따라오니까, 아예 운동장을 잠가버린다는 겁니다. 같은 영상에서 교감이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 우울증과 안면마비에 걸린 사건이 나왔고, 법원이 그 학부모에게 3,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개그우먼 이수지 씨가 유치원 교사를 연기하며 “아이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겼다”고 항의하는 학부모를 풍자하자, 현직 보육 교사들이 “현실이 더 심하다”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뉴스는 여기서 끝납니다.


그런데, 이 뉴스가 보여주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학부모의 민원이 단순한 항의를 넘어 범죄가 되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에 교사에게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입니다.

새벽에 회원 수 10만이 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동학대 교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갑니다. 학교 이름, 학년, 반까지 적혀 있어서 몇 시간이면 그 교사가 누구인지 특정됩니다. 아침이 되면 전화가 옵니다. 15분 넘게 고성이 쏟아지고, “담임에서 내리든지 소송하겠다”는 말이 반복됩니다. 그날 오후에는 학교 교장실에 직접 찾아와 소리를 지릅니다. 며칠 뒤, 그 학부모는 경찰에 아동학대로 고소합니다.

수사가 진행됩니다. 몇 달이 걸립니다. 결국 검찰이 무혐의를 내립니다. 그런데 무혐의가 나올 때쯤, 교사는 이미 적응장애, 불안장애 진단을 받고 장기 병가에 들어가 있습니다. 심리상담 전문기관에서는 PTSD 소견이 나옵니다.

이것이 뉴스가 보여주지 않는 안쪽입니다. 저는 형사 변호사로서 이 안쪽에서 교사 편에 서서 싸워본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교권보호위원회는 뭘 해주나요

이런 식의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을 위해서 뭔가 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교육청에 교권보호위원회가 있습니다. 학부모의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처분을 내립니다.

문제는 그 처분의 수위입니다.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10시간. 일반적으로, 누가 봐도 확실한 진상 학부모에 대해서도 저 수준을 넘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교사가 PTSD 소견을 받고 장기 병가에 들어간 동안, 가해 학부모가 받은 처분이 10시간 교육입니다. 교권보호위원회의 결정은 행정 처분이지 형사 처벌이 아닙니다. 학부모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거의 없습니다.

이것이 “보호”의 전부입니까.


형사 고소로 되받아칠 수 있습니다

교사가 피해자인 형사 사건을 만드는 것. 이것이 교사가 실질적으로 싸울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이건, “국민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권리의 행사는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다” - 해묵은 법언이지만, 여전히 옳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형사 범죄가 되는 지점은 생각보다 여러 곳에 있습니다.

1 온라인 커뮤니티에 허위 사실을 게시한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에 해당합니다. 비방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학교 이름, 학년, 반, 수업 방식의 고유 용어까지 적어서 교사를 특정할 수 있게 했다면, 피해자 특정성도 충족됩니다.

2 근거 없이 아동학대로 형사 고소한 경우. 무고죄입니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면, 신고 내용이 허위임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3 반복적으로 “고소하겠다”, “담임에서 내리겠다”고 위협한 경우. 협박죄에 해당합니다.

4 학교에 찾아와 고성을 지르고, 수업을 중단시킨 경우. 업무방해죄입니다.

5 교사에게 법적 의무가 없는 일을 강제한 경우. 강요죄입니다.

하나의 사건에서 이 혐의들이 동시에 성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일 혐의가 아니라 다섯 가지가 복합적으로 걸리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처벌이 되나요

됩니다.

예를 몇 가지 들어 볼까요?

1 교사를 대상으로 온라인에 허위 사실을 게시한 학부모 사건에서, 법원은 벌금 200만 원에서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비방 목적이 인정된 사건들입니다. 법원은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까지 공공의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2 교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명예훼손에 문자 협박을 수십 회 반복한 학부모 사건에서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습니다.

3 무고와 명예훼손이 복합된 사건에서는 자수하고 자백까지 한 상태에서도 징역 8개월이 나왔습니다.

4 어린이집 학부모가 교사를 강요·협박·모욕한 사건에서는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되었습니다.

형사 유죄 판결 이후 민사 손해배상까지 이어가면 결과는 더 커집니다. SBS 뉴스에서 다룬 악성 민원 학부모 손해배상 판결이 3,000만 원이었습니다. 형사와 민사를 함께 진행하면, 교사가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실질적 배상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왜 교사들은 싸우지 못하나요

대부분의 교사가 싸우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떻게 싸우는지 모릅니다.

교원노조가 있고, 교육청이 있고, 교권보호위원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관들은 교사를 대신해서 형사 고소를 해주지 않습니다. 행정 처분과 형사 처벌은 다른 트랙입니다.

교사가 형사 피해자로 서려면, 고소장을 써야 합니다. 증거를 구성해야 합니다. 녹취록을 정리하고, 게시글이 삭제되기 전에 채증을 확보하고, 동료 교사의 진술서를 모으고, 진단서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야 합니다. 수사가 시작되면 고소인 조사에 입회하고, 검찰 송치 후에는 처분 전 의견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교사 혼자 하기는 어렵습니다. PTSD 소견을 받은 상태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형사 변호사입니다. 교사를 대신해서 악성 학부모를 형사 고소하고, 수사 과정에 입회하고, 처벌이 나올 때까지 싸우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을 “아주 많이”, “일로서” 하고 있는 프로페셔널입니다.

선생님이 지금 맞고 계시다면, 혼자 맞고 계시면 안 됩니다. 교권보호위원회의 10시간 교육이 보호의 전부가 아닙니다. 형사 고소라는 카드가 있습니다. 그 카드를 대신 들고 싸워줄 사람이 있습니다.

사건의 다음 결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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