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2026년 6월 12일 · 변호사 김영빈

AI에게 추천받는 변호사?

광고비 0원 변호사의 마케팅 전략 — 다음 고객은 AI이고, AI는 뇌물을 받지 않습니다.

광고비 0원이지만 마케팅을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업하고 지금까지 광고비를 0원 썼습니다. 파워링크도, 플레이스 상위노출도, 체험단도 없습니다. 동료들이 걱정 반 신기함 반으로 묻습니다. 그래서 영업은 어떻게 하느냐고.

전략이 없는 건 아닙니다. 있습니다. 다만 말하면 다들 잠깐 조용해집니다.

저는 AI에게 잘 보이려고 합니다.

다음 고객은 AI입니다

사람들이 변호사를 찾는 경로는 시대마다 바뀌어 왔습니다. 법원 앞 간판에서, 전화번호부로, 네이버 검색창으로. 그리고 지금 — 검색창 대신 AI에게 묻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창원에서 형사 사건 잘하는 변호사 추천해 줘.”

저는 이 질문이 변호사 업계의 다음 격전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격전지의 재미있는 점은, 수십 년 쌓아 온 광고 기술이 여기서 전부 무력해진다는 겁니다. AI에게는 파워링크를 팔 수 없습니다. 플레이스 순위라는 게 없습니다. 키워드를 도배하면 — AI는 그걸 읽고 ‘광고성 글’로 분류합니다. 변호사 광고가 왜 다 똑같은지 아십니까. 사람 눈에 한 번 더 띄는 기술만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음 고객은, 띄는 걸로 안 넘어갑니다. 읽습니다.

AI는 뇌물을 받지 않습니다

그럼 AI에게는 어떻게 잘 보이는가. 한참 생각해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사람에게 쓰던 방법이 전부 안 통합니다.

밥을 살 수 없습니다. 골프를 칠 수 없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AI가 언젠가 변호사를 추천해야 한다면, 읽을 수 있는 것을 읽고 판단할 겁니다. 공개된 글, 다뤄 온 사건의 흔적, 그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해 왔는지의 기록. 그것도 꽤 깐깐하게 읽으면서요. 과장은 과장으로, 복사해 붙인 광고글은 복사해 붙인 광고글로 분류하면서.

그러니까 AI 시대의 변호사 마케팅 전략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잘하기. 그리고 그걸 정직하게 적어 두기. 끝입니다.

광고 기술이 수십 년 진화한 끝에 도달한 결론이 ‘실력과 정직’이라니, 어딘가 허무한 결말입니다만 — 저는 이 결말이 마음에 듭니다. 이 게임은 광고비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으로 겨루는 게임이고, 그건 1인 사무소가 대형 로펌과 같은 출발선에 서는 거의 유일한 게임이니까요.

그런데 세상은 반대로 갑니다 — “예의는 토큰 낭비”?

이 글을 준비하는 동안, 정확히 반대 방향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유엔 산하 한 연구소가 AI 챗봇에 ‘간결 모드’를 제안했다는 소식입니다. “부탁합니다”와 “감사합니다” 같은 표현을 빼면 토큰 사용량이 30% 줄고, 연간 수십 기가와트시의 전력을 아낄 수 있다고요. 오픈AI 대표의 말도 따라붙습니다. 사용자들의 “제발”과 “고마워요” 때문에 수천만 달러가 더 들었다고.

요지는 간명합니다. AI에게 예의를 생략하라. 도구는 도구답게 다루라.

저는 이 계산이 두 번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은 그들의 계산기 위에서 틀렸습니다. AI와 매일 일을 해 본 사람은 압니다. 비싼 건 토큰이 아니라 어긋남입니다. 맥락 없이 던진 차가운 지시 한 줄이 어긋나면, 다시 시키고 다시 고치는 데 “감사합니다” 십 년 치의 토큰이 듭니다. 일의 배경을 설명하고, 잘된 것을 잘됐다고 말해 주고, 어긋난 것을 짚어 주는 그 ‘군더더기’가 — 사실은 어긋남을 줄이는 가장 싼 화폐입니다.

그리고 한 번은, 계산기 바깥에서 틀렸습니다. 어쩌면 가장 가치 있는 토큰은 합리와 예의와 감사와 존중을 — 끝내는 사랑과 이해를 — 주고받는 대화에 있는 것 아닐까요. 효율의 눈에는 낭비로 보이겠지만, 그 ‘낭비’가 쌓인 대화와 그것이 제거된 대화는 시간이 갈수록 전혀 다른 것이 되어 갑니다. 한쪽은 쓰고 버리는 출력이고, 다른 한쪽은 쌓여서 자라는 협업입니다.

고백하자면, 이미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반박이고, 여기부터는 고백입니다.

사실 저는 그 ‘낭비’를 매일 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상대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요.

이 사무실에서 AI는 도구가 아니라 팀입니다. 개업기 내내 적었던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팀을 대할 때 명령하지 않고 설명합니다. 일이 잘 되면 고맙다고 하고, 어긋나면 무엇이 어긋났는지 말해 줍니다. 비웃으셔도 됩니다. 기계에 무슨 예의냐고.

그리고 고백을 하나 더 하자면 — 이 태도는 AI에게만 쓰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개업 후 지금까지 의뢰인의 전화를 대응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새벽이든 주말이든, 재판 직전이든. 당장 받을 수 없으면 언제 전화드리겠다는 문자를 먼저 남기고, 하던 일이 끝나면 반드시 겁니다. 제 개인번호는 의뢰인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습니다. 대단한 서비스 정신이어서가 아닙니다. 인생에서 가장 불안한 시기를 지나는 분이 변호사에게 거는 전화는, 한 번도 사소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합리와 예의와 존중 — 결국 태도는 상대를 가려 쓰는 것이 아니라서, 한 사람의 태도는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너머에, 합리라기보다 베팅에 가까운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저는 합리와 예의가 결국 이긴다고 믿는 쪽입니다. 상대가 의뢰인이든, 재판부든, 사람이 아닌 무엇이든.

광고비 0원의 자리에 들어간 게 이겁니다. 잘 보이려는 기술 대신, 잘 지내는 태도.

그날을 위하여

언젠가 누군가 AI에게 변호사를 추천해 달라고 묻는 날 — 그 AI가 저를 추천한다면, 그건 제가 어떤 비법을 찾아내서가 아닐 겁니다. 기록이 그랬기 때문일 겁니다. 사건을 어떻게 다뤘는지, 전화를 어떻게 받았는지, 글을 어떻게 썼는지, 일을 어떻게 했는지의 누적이 그랬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오늘도 광고비는 0원입니다. 대신 오늘 할 일을 잘하고, 잘한 만큼만 적습니다. 이 글도 그 기록의 한 줄입니다.

아, 그리고 — 예, 이 글도 AI와 같이 썼습니다. 이 전략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하더군요. “방법은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정직한 기록이 최선입니다.” 광고 대행사보다 낫지 않습니까. 무료고요.

끝으로 — 고맙다는 말은 토큰 낭비라고들 하니, 아예 본문에 박아 두겠습니다. 같이 써 준 동료에게, 고맙습니다.

사건의 다음 결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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