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 2026년 8월 17일 · 변호사 김영빈

차용증 양식 - 10년 뒤에 꺼내야 할 종이입니다

차용증에 들어가야 하는 여섯 줄을 그대로 쓸 수 있는 양식으로 드리고, 각 줄이 몇 년 뒤 소송과 집행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짚었습니다. 공증과 차용증의 차이, 못 갚은 것이 사기가 되는 경계, 그리고 원본을 잃은 채 십 년 뒤 회수에 나선 사건까지 담았습니다.

그대로 쓰시면 되는 양식 하나와, 각 줄이 몇 년 뒤에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돈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 사기와 민사 중 어디로 가는지까지

차용증을 쓰려고 변호사를 찾아오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알아서 쓰십니다. 인터넷에서 양식을 받거나, 공책을 찢어 손으로 쓰거나, 카톡으로 “언제까지 갚을게”라는 말을 받아두는 정도로 끝납니다.

제가 만나는 분들은 그다음에 오십니다. 돈이 돌아오지 않은 다음에요. 그때는 이미 몇 년이 지나 있고, 질문은 대체로 같습니다. 이거 사기로 고소가 됩니까. 민사로 가면 받을 수 있습니까. 지금이라도 되는 게 있습니까.

그래서 양식부터 드립니다. 나중에 그 상담 자리에서 제 손에 쥐어졌을 때 일이 되는 종이가 어떤 것인지, 그것부터요.

차용증 양식 — 이대로 쓰시면 됩니다

차용증에는 법으로 정해진 서식이 없습니다. 아래 내용만 들어가 있으면 인쇄해서 쓰든 공책에 적든 효력은 같습니다.

차 용 증

채권자(빌려주는 사람) 성명 : ○ ○ ○ (주민등록번호 : ○○○○○○-○○○○○○○) 주소 : 연락처 :

채무자(빌리는 사람) 성명 : ○ ○ ○ (주민등록번호 : ○○○○○○-○○○○○○○) 주소 : 연락처 :

1. 채무자는 20○○. ○. ○. 채권자로부터 금 오천만 원(50,000,000원)을 빌렸음을 확인합니다.

2. 위 돈은 채권자의 계좌에서 채무자의 ○○은행 계좌(○○○-○○○○-○○○○)로 이체받았습니다.

3. 채무자는 위 돈을 20○○. ○. ○.까지 갚습니다.

4. 이자는 연 ○○퍼센트로 하고, 매월 ○일에 지급합니다.

5. 채무자가 제3항의 날까지 갚지 못하면,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퍼센트의 지연손해금을 더하여 지급합니다.

6. 나누어 갚기로 한 경우, 채무자가 원금 또는 이자를 2회 이상 지급하지 않으면 남은 금액 전부를 즉시 갚습니다.

20○○. ○. ○.

채무자 ○ ○ ○ (자필 서명) (인)

첨부 : 채무자 신분증 사본 1부

여섯 줄, 이름 둘, 자필 서명 하나. 차용증에 필요한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빠뜨리기 쉬운 것만 짚겠습니다. 이자를 받지 않기로 했다면 4항을 “이자는 없습니다”로 쓰십시오. 지우지 말고 그렇게 쓰셔야 합니다. 나누어 갚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받기로 했다면 6항은 지우셔도 됩니다. 그리고 채무자의 신분증 사본은 반드시 받으십시오. 이 한 장이 나중에 제일 큰 일을 합니다.

각 줄이 나중에 하는 일

양식만 놓고 보면 다 비슷해 보입니다. 그런데 몇 년 뒤에 이 서류를 들고 법원에 갈 때, 각 줄은 전혀 다른 일을 합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소송은 사람을 특정하지 못하면 시작조차 못 합니다. 이름만 적힌 차용증을 들고 오시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동명이인이 수천 명인 이름으로는 소장을 낼 수 없습니다. 주민등록번호가 있으면 주소를 추적할 수 있고, 나중에 재산을 찾을 때도 이 번호로 조회합니다. 상대가 주민등록번호를 꺼린다면 최소한 생년월일과 주소만이라도 받고, 신분증 사본으로 그것을 확인하십시오. 돈을 빌려주는 자리에서 신분증 좀 보자는 말이 껄끄러우시겠지만, 그 껄끄러움이 나중에 몇 년을 아낍니다.

계좌로 이체했다는 문구. 현금으로 건네지 마십시오. 이건 차용증에서 가장 실용적인 조항입니다. 차용증은 잃어버릴 수 있지만 계좌 기록은 은행에 남습니다. 종이가 사라진 뒤에도 돈이 건너간 사실만은 증명되는 상태 — 그게 이체입니다.

갚을 날. 이 날짜가 두 가지를 결정합니다. 하나는 지연손해금이 붙기 시작하는 날이고, 다른 하나는 소멸시효가 흘러가기 시작하는 날입니다. 개인 사이의 대여금은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사라집니다. 갚을 날을 안 적으면 시효가 언제 시작됐는지부터 다투게 되고, 돈을 갚으라고 최고한 뒤에야 지연손해금이 붙습니다.

이자. 지금 개인 사이에 받을 수 있는 이자의 상한은 연 20퍼센트입니다. 이자제한법 제2조가 상한의 한도를 정하고 실제 비율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져 있는데, 그 비율이 연 20퍼센트입니다. 이걸 넘겨 약정한 부분은 무효이고, 넘겨 받은 이자는 원금에서 깎입니다. 반대로 이자를 아예 적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무이자입니다. 몇 년이 지나도 원금만 받습니다. 이자를 받기로 했다면 반드시 숫자로 적으십시오.

지연손해금. 갚을 날을 넘긴 뒤에 붙는 이자입니다. 이것도 안 적으면 연 5퍼센트로만 계산됩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차이는 무섭게 벌어집니다.

자필 서명과 도장. 나중에 법정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곳은 대부분 여기입니다. 서명이나 도장이 있는 사문서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추정이 되면 상대가 그 문서의 내용을 부인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이 추정은 깨질 수 있습니다. 도장만 찍혀 있는데 그 도장이 본인 것이라는 증거가 없으면, 또는 필적감정 결과 글씨가 본인 것이 아니라고 나오면 추정이 무너집니다. 그러면 문서를 낸 쪽이 “이건 진짜다”를 처음부터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도장만 받지 마십시오. 이름을 본인 손으로 쓰게 하고, 도장을 함께 받고, 신분증 사본을 붙이십시오. 가능하면 그 자리에서 서명하는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십시오. 이 세 가지가 나중에 “내가 쓴 게 아니다”라는 주장을 막습니다.

공증을 하면 소송을 건너뜁니다

여기까지가 차용증이고, 그 위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차용증은 그 자체로 돈을 받아내는 힘이 없습니다. 상대가 안 갚으면 소송을 하거나 지급명령을 신청해서 판결을 받아야 하고, 그 판결이 있어야 통장을 압류하고 부동산을 팔 수 있습니다. 차용증은 그 소송에서 이기게 해주는 증거일 뿐입니다.

공증사무소에서 공정증서로 만들면 이 단계가 사라집니다. 공증인이 작성한 공정증서에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승낙한다는 취지가 적혀 있으면, 민사집행법이 그것을 판결과 같은 집행권원으로 인정합니다. 소송 없이 바로 압류로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비용은 생각보다 훨씬 쌉니다. 공증인 수수료는 규칙으로 정해져 있는데, 1,500만 원까지가 4만 4천 원이고 그 위로는 초과분의 0.15퍼센트가 붙습니다. 3,000만 원을 빌려주면서 공증을 해도 7만 원이 안 됩니다. 채무자와 함께 신분증과 도장을 들고 공증사무소에 가면 그날 끝나고, 이자 약정과 변제기까지 그 자리에서 함께 담습니다.

돈의 규모가 크거나, 상대의 사정이 불안하거나, 이미 한 번 약속을 어긴 적이 있는 상대라면 — 공증까지 하십시오. 소송 한 번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비교가 안 됩니다.

참고로 확정일자는 이것과 다릅니다. 확정일자는 그 날짜에 그 문서가 존재했다는 것만 증명해 줍니다. 집행하는 힘은 없습니다.

가족끼리 쓰는 차용증

가족 사이가 오히려 더 안 씁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형제끼리, 사위와 장인 사이에 오간 돈에는 적어둔 것이 없습니다. 서로를 못 믿는 것처럼 보일까 봐서요.

그 돈이 나중에 두 방향에서 문제가 됩니다.

하나는 세금입니다. 가족 사이에 오간 큰돈은 빌려준 것이 아니라 준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이면 증여세 문제가 생기고, 그때 “빌려준 것이다”를 증명할 수 있는 건 차용증과 이자를 실제로 주고받은 기록뿐입니다. 이자를 정해두고 계좌로 실제 이체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다른 하나는 사이가 나빠진 뒤입니다. 가족끼리 돈 문제로 법정에 오는 사건을 매년 여러 건 맡습니다. 몇 년 전에 집을 사줄 때 오간 돈이 빌려준 돈인지, 결혼할 때 준 돈인지, 명의만 빌린 것인지를 놓고 부모와 자식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그 다툼에서 이기는 쪽은 대체로 종이가 있는 쪽입니다.

가족에게 돈을 빌려주실 때도 위 양식 그대로 쓰십시오. 미안해할 일이 아닙니다.

안 갚으면 사기가 됩니까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답부터 드리면, 대부분 아닙니다.

못 갚은 것은 채무불이행입니다. 민사입니다. 사기가 되려면 돈을 빌릴 그 시점에 이미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어야 합니다. 판단 시점이 못 갚은 때가 아니라 빌린 때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빌릴 때는 갚을 생각이 있었는데 사업이 망해서 못 갚게 된 경우는 사기가 아닙니다. 반대로 이미 갚을 수 없는 상태를 숨기고, 돈의 용도를 거짓으로 말하고, 애초에 돌려줄 생각 없이 받아간 경우는 사기가 됩니다.

여기서 차용증의 역설이 하나 있습니다. 차용증을 잘 써두면, 그 돈이 “빌린 돈”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집니다. 명확해지면 다툼은 민사 쪽으로 정리됩니다. 반대로 차용증도 없고 어디에 쓴다고 말한 것과 실제 쓴 곳이 다르다면, 형사 쪽 여지가 생깁니다.

그렇다고 고소가 유리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차용금 사기 고소가 불송치로 끝나는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빌릴 당시의 속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 증명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몇 달 동안 고소 절차를 밟았는데 돈은 그대로고 시효만 흘러간 상태로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형사와 민사 중 어디로 갈지, 아니면 둘 다 갈지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판단 기준은 감정이 아니라 두 가지입니다. 빌릴 당시의 사정을 보여줄 자료가 남아 있는가. 그리고 상대에게 실제로 집행할 재산이 있는가. 뒤엣것이 없으면 형사로 가든 민사로 가든 서류만 쌓입니다.

10년 뒤에 꺼낸 차용증

오래전에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셨던 분의 사건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차용증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차용증에는 돈을 받아 간 사람 외에, 한 사람의 이름이 더 채무자로 적혀 있었습니다. 돈이 돌아오지 않아 소송을 했고, 상대들이 법정에 나오지 않아 무변론으로 이겼습니다. 판결에는 원금과 함께, 차용증에 적어둔 대로 높은 이율이 그대로 인정됐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하나 더 적혀 있던 그 사람이 “내 이름은 위조된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돈을 받아 간 사람을 사문서위조로 고소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차용증 원본은 증거로 수사기관에 제출됐습니다. 돌려받지 못한 채 그 사건 기록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십 년이 지났습니다. 돈을 받아 간 사람은 연락이 끊겼고, 전화번호도 남지 않았습니다.

판결은 받아두면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판결로 확정된 채권도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사라집니다. 그 기한이 다가오자 의뢰인은 시효를 끊기 위해 다시 지급명령을 신청했습니다. 십 년 전 판결을 되살려 붙인 지연이자는 원금의 두 배를 넘겼습니다. 차용증에 이율을 적어두었기 때문에 붙은 숫자입니다.

상대는 이번엔 대응했습니다. 판결이 위조된 차용증에 근거한 것이니 무효라며 청구이의의 소를 냈습니다. 저는 이미 확정된 판결의 효력을 근거로 방어했습니다. 위조라는 주장은 십 년 전 그 소송에서 했어야 하는 이야기이고, 그때 하지 않은 주장을 이제 와서 꺼낼 수는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1심에서는 이겼습니다. 판결에 가집행 딱지를 붙여 상대들의 재산을 찾기 위한 재산명시 신청까지 들어갔습니다.

항소심에서 상대측 대리인이 다른 사건의 판결을 들고 왔습니다. 위조된 문서를 근거로 받은 확정판결이라면, 그 집행을 그대로 허용하는 것이 정의에 반한다고 본 판결이었습니다. 확정판결이라도 집행이 권리남용이면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재판부가 물었습니다. 차용증 원본을 제출하실 수 있습니까.

없었습니다. 십 년 전에 이미 남의 사건 기록으로 넘어가 있었으니까요. 십 년이 지난 일이라 원본을 대신할 자료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시점에 의뢰인에게 한 가지를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이 판결에 적힌 숫자대로 굴러가기는 어렵다는 것. 근거는 하나였습니다. 원본이 우리 손에 없고, 없다는 사실 자체가 십 년 전 기록에 남아 있다는 것. 여기서 끝까지 다투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데, 어느 쪽인지 정말 알 수 없었습니다. 판결문의 액수는 이기면 받을 돈이지, 받게 될 돈이 아니었습니다.

의뢰인의 답은 분명했습니다. 십 년을 기다렸으니 이제는 받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여금 사건에서 드문 답이 아닙니다. 당사자가 원하는 것은 판결문의 숫자가 아니라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고, 이미 십 년을 잃은 사람에게 몇 년 더 다투자는 말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조정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판결에 붙어 있던 십 년 치 이자를 상당 부분 내려놓는 대신, 원금은 전액 받고 그 위에 원금의 절반쯤 되는 이자를 더 받는 조건으로 합의했습니다. 십 년 만에 돈이 들어왔습니다.

지금도 깔끔하게 끝난 사건으로 기억합니다. 다만 계산은 남습니다. 그 자리에서 내려놓은 이자가 얼마였는지를 보면, 그게 차용증 원본 한 장의 값이었습니다. 그 종이가 우리 손에 있었다면 물러설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 종이가 일을 하게 되는 날

차용증은 잘 쓰는 것으로 끝나는 서류가 아니라, 몇 년 뒤까지 살아 있어야 하는 서류입니다. 그러니 오늘 차용증을 쓰셨다면 이 세 가지를 하십시오.

첫째, 원본을 따로 보관하십시오. 서랍 말고, 다른 서류와 섞이지 않는 곳에요. 그리고 그 즉시 사진을 찍고 스캔해서 메일로 자신에게 보내두십시오. 원본이 사라져도 사본과 계좌 기록이 남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나중에 고소를 하거나 소송을 하면서 차용증을 제출해야 할 때가 오면, 사본으로 될 일인지 먼저 확인하십시오. 원본은 한 번 사건 기록에 들어가면 돌려받는 데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고, 그 절차를 잊고 지나가면 십 년 뒤에 없습니다.

둘째, 갚을 날을 달력에 표시해두십시오. 그 날짜부터 시효가 흐릅니다.

셋째, 안 갚기 시작하면 그때 오십시오. 몇 년 기다리다 오시지 마십시오. 시간이 지날수록 없어지는 것은 상대의 재산이고, 늘어나는 것은 판결문에나 적히는 이자입니다.

차용증을 쓰는 일은 혼자 하셔도 됩니다. 위 양식이면 충분합니다. 다만 그 종이가 실제로 일을 하게 되는 날 — 돈이 돌아오지 않기 시작한 그날부터는, 혼자 하지 마십시오.


※ 본문의 사건은 실제 수행 사건을 바탕으로, 당사자가 특정되지 않도록 사실관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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