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9월 9일 · 변호사 김영빈

보복운전 처벌 — 욕은 저 사람이 했는데, 왜 제가 합의합니까

“잠깐 막았을 뿐”이라던 운전자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실제 상담에서 다룬 문제를 가상으로 재구성해, 블랙박스에서 확인할 행동과 조사 전 준비, 합의 내용과 면허정지 문제를 짚습니다.

따지러 갔다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된 분께

※ 실제 상담에서 다룬 문제를 바탕으로 인물·상황·대화를 가상으로 구성했습니다.

보복운전 처벌 — 왜 제가 합의합니까

1. “욕은 저 사람이 먼저 했습니다”

가상 상담 장면 — 말로는 잠깐, 영상으로 봐야 합니다

상담하던 분은 상대에게 들은 욕부터 말씀하셨습니다. 차로가 합쳐지는 곳에서 상대 차가 갑자기 들어왔답니다. 놀라서 경적을 울렸더니 창문을 내리고 욕을 하더랍니다. 끼어든 사람이 오히려 욕까지 하니, 그냥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차를 세우라고 했습니다. 사과 한마디는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경찰이 그분을 오라고 합니다. 보복운전 신고가 들어왔답니다.

“저 사람은요? 먼저 시비를 걸어 놓고, 왜 저만 조사를 받아야 합니까?”

억울한 사정은 알겠습니다. 저라도 화는 났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듣고 나면, 저는 다른 것을 물어야 합니다.

“차를 세우라고 하셨을 때, 차는 어떻게 모셨습니까?”

“옆에 가서 세우라고 했죠.”

“상대 차 앞을 막기도 하셨습니까?”

“안 서니까 앞으로 가서 못 가게 했죠. 잠깐이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 망했군.’

그분은 짧게 했다는 뜻으로 ‘잠깐’을 붙였겠지만, 저는 그 앞의 ‘못 가게 했다’는 말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럼 앞을 막았을 때, 차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좀 더 말씀해 주십시오.”

경찰에서 문제 삼는 것도 그때의 운전입니다. 욕을 들은 경위만큼, 그 뒤에 본인이 한 행동도 자세히 들어야 합니다.

상대가 먼저 욕했다는 사정도 살펴야 합니다. 다만 그 사람이 잘못했다고 해서, 내가 차로 앞을 막고 위협한 일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조사에서 욕먹은 얘기만 길게 하고 나오면 정작 내 운전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2. “제 블랙박스도 냈습니다. 보면 다 나옵니다”

그분은 자신의 영상도 경찰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상대가 먼저 잘못했으니, 영상을 보면 억울함이 풀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블랙박스는 상대 차를 세우려고 다가가고 진로를 막은 과정도 기록합니다. 차를 세우라고 외친 소리도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상대가 먼저 끼어든 장면이 있다고 해서 그 뒤의 내 운전까지 유리하게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저는 원본 영상부터 같이 보자고 했습니다. 말로는 ‘잠깐 막았다’는 그 장면을, 영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상대 차에 얼마나 가까이 들어갔는지, 속도를 줄일 이유가 있었는지, 상대가 피하려는데도 다시 막았는지를 봐야 합니다. 같은 감속이라도 앞차 때문에 멈춘 것과 상대 차를 못 가게 하려고 멈춘 것은 다릅니다.

“그래도 부딪히지는 않았잖습니까?”

충돌이 없어도 차로 상대를 위협했다면 특수협박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상대가 급히 피하거나 멈춰서 사고가 안 난 경우도 있습니다. ‘안 부딪혔다’는 말만으로 끝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조사를 앞두셨다면 블랙박스 원본은 따로 보관해 두십시오. 문제 된 몇 초뿐 아니라 그 전후가 남아 있어야 합니다. 이미 경찰에 냈더라도, 그 영상을 함께 보면서 무엇을 설명하고 무엇을 다툴지 준비할 필요는 여전히 있습니다.

3. “그 사람은 뭘 잘했다고 돈까지 달랍니까”

합의 이야기가 나오면 다시 화가 납니다.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돈을 내게 생겼습니다.

상대가 요구하는 돈부터 보낼 일은 아닙니다. 먼저 영상에서 혐의를 다툴 근거가 있는지 봐야 합니다. 수사관이 ‘보복운전’이라고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가 부르는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차로 위협한 부분이 확인된다면, 그때는 합의가 처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와 요구액을 함께 검토합니다. 계속 “저 사람이 먼저 욕했다”는 말만 되풀이해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합의할 생각이 들면 이번에는 다른 질문을 하십니다.

“돈 주고 합의서 받으면 끝나는 거죠?”

특수협박은 합의해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혀도 수사가 당연히 끝나는 죄가 아닙니다. 다만 피해를 회복하고 처벌불원 의사를 받으면 유리한 처분을 구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합의금을 지급한 뒤에도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알고 금액을 협의해야 합니다(형법 제284조, 협박범죄 양형기준).

그래서 금액과 함께 합의 내용을 정해야 합니다. 돈을 받으면 상대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까지 밝힐 것인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정리하는 것인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돈부터 보낸 뒤 “당연히 다 끝나는 줄 알았다”고 하면 곤란합니다.

차를 매일 써야 하는 분이라면 면허 문제도 합의 전에 따져야 합니다. 보복운전으로 입건되면 벌점 100점, 원칙적으로 면허정지 100일의 기준이 적용됩니다. 합의서가 면허정지까지 없애 주는 것은 아닙니다. 차를 못 모는 동안 일을 어떻게 할지도 문제가 됩니다(경찰청 보복운전 안내).

보복운전 합의에서 함께 확인할 형사처분, 합의 내용, 운전면허

4. 사과를 받으려던 일이었습니다

상담 뒤, 상대와 합의했고 그 일을 수습하느라 수백만 원을 썼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욕을 먹었는지 따지려던 일이었습니다.

기분이 나쁘다고 남의 차를 막고 겁을 준 일을, “다친 사람 없으니 됐다”며 넘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로에는 그 시비와 아무 관계 없는 차들도 함께 다닙니다. 그런 위험을 만든 운전자에게 실제 책임이 따르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이미 신고를 당한 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조사 준비입니다. 상대에게 다시 따지러 가지 마십시오. 원본 영상과 경찰에서 받은 연락 내용, 합의 요구가 있다면 그 내용까지 가져오십시오.

억울한 사정도 듣겠습니다. 그리고 그 영상에서 무엇을 다툴 수 있는지 보겠습니다. 합의를 할지도, 한다면 어떤 내용으로 할지도 그다음에 같이 판단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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